닫기

우크라 대통령, 심야연설 “푸틴, 침공 명령...평화 원해”...국가비상사태 선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224010013027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2. 02. 24. 09:39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자정 지나 연설 "푸틴, 공격 승인...전화받지 않아"
국가비상사태 선포...예비군 소집
미 국방부 "우크라 국경 러군 80% 전투태세"
크렘린궁 "친러 반군 지도자, 푸틴에 군사지원 요청"
Ukraine Poland Lithuania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마린스키궁에서 회담을 한 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키예프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 자정(현지시간)이 넘은 시간에 한 TV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승인했다며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은 평화를 원한다며 호소했다.

미국 국방부는 전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 태세를 마쳤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서부 지역에 러시아군 병력 다수가 추가 배치된 정황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지도자들이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며 침공 명분 쌓기에 나섰고, 우크라이나 의회는 전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요청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요청을 승인했다.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자정 지나 연설 “푸틴, 공격 승인...전화받지 않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어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공격을 승인했다며 그에게 전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침묵이었다”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너무 늦기 전에 중단해야 한다며 전쟁 발발 여부는 “러시아 연방 국민인 여러분에게만 달려있다”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떤 불똥(spark)도 모든 것을 태울 수 있다”며 러시아 국민에게 “여러분들은 이 불길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들었지만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했다.

유대인인 그는 “여러분은 우리가 나치라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나치주의에 승리하기 위해 800만명이 넘는 목숨을 바친 (우크라이나) 국민이 나치를 지지할 수 있고, 내가 나치일 수 있는가”고 반문하면서 “할아버지는 소련군 보병으로 모든 전쟁을 겪었고, 독립 우크라이나에서 대령으로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합법적인 일부인 대용(ersatz) 국가라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관해 언급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이웃은 항상 문화적으로 서로를 풍요롭게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이웃들을 하나의 전체로 만들지 않고, 이는 우리를 여러분에게 용해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다르지만 그것이 적이 될 이유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평화롭고, 침착하며 정직하게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하고 건설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북서쪽으로 20km도 떨어지지 않은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남서쪽 시골에 새롭게 배치된 러시아 병력과 장비로 22일(현지시간) 찍은 위성사진./사진=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AP=연합뉴스
◇ 우크라, 국가비상사태 선포...예비군 소집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고, 의회는 같은 날 이 긴급 법령을 가결했다.

국가비상사태는 30일 동안 지속되며, 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결정으로 30일 더 연장될 수 있다고 올렉시 다닐로프 위원회 국방안보위원회 서기(사무총장)가 브리핑에서 설명했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위원장(국가안보보좌관)은 비상사태 선포 초기에는 전투 경험이 있는 3만6000명의 예비군이 소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우크라이나 방위군과 국경 수비대는 1만명의 예비 병력을 가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규군은 약 20만명이다.

소집된 예비군은 처음에는 전선에 나가지 않고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이 새로 지원한 재블린 대전차 유도미사일·스팅어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훈련 등을 받게 된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사이버 공격이나 러시아 앞잡이들에 의한 조직적인 반란, 기타 파괴 행위(sabotage) 등 전면적인 침공이 아닌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WSJ은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시위와 파업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군인이 민간 시설을 압수하거나 임시 숙소로 쓸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한다. 경찰이 검문 검색을 하고,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를 선언할 수도 있다.

이날 통과된 추가 조치는 국경 지역과 흑해 및 아조프해 연안에서의 활동에 새로운 제한을 부과한다. 다만 비상사태는 우크라이나가 명백한 침공을 받았을 때 선포하는 비상계엄령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설명했다.

◇ 미 국방부 “우크라 국경 5~50km 배치 러군 80% 전투태세”...크렘린궁 “친러 반군 지도자, 푸틴에 군사 지원 요청”

젤렌스키 대통령의 조처는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정보가 잇달아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자 부대 19만명의 80%가 전투 준비 태세에 있다며 이들이 명령만 받으면 전면적으로 침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NYT 등이 전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현재 국경에서 3마일(4.8km)에서 30마일(48km) 내에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러시아군이 출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상당한 군사력으로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위성업체 맥사(Maxar)도 같은 날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새롭게 배치된 러시아군 병력 중 상당수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0마일(16㎞) 이내에 있다며 사진에는 병사들과 보병장갑차·야포·수송 및 지원 차량 등이 찍혔다고 밝혔다.

맥사는 이들이 포착된 지점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프에서 80㎞도 떨어지지 않은 장소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반군 지도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부터 민간인이 사망하고 주요 기반시설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며 개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반군 지도자들의 요청을 명분 삼아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파병을 명령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