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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새해 첫날인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반 동안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세인트조지 대성당에서 투투 대주교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투투 대주교는 지난달 26일 향년 90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투투 대주교가 1986년부터 10년간 대주교로 봉직한 세인트조지 대성당 안 제단에는 그의 시신이 담긴 값싼 소나무 관이 놓였다. 고인에 유지에 따라 마련된 가장 저렴한 관 위에는 소박한 흰 카네이션 한 다발만 올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100명으로 제한된 이번 장례식에는 투투 대주교의 네 자녀 등 가족과 친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인 만델라의 부인인 그레이스 마첼 여사 등이 참석했다. 고인의 부인이자 ‘마마 레아’로 불리는 레아 투투 여사는 남편의 성직복 색인 보라색 스카프를 두르고 맨 앞자리에서 식을 지켜봤다.
이날 추도사를 맡은 라마포사 대통령은 투투 대주교를 “도덕적 나침반이자 민족의 양심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는 “(투투 대주교는) 우리나라를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무지개 국가’로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투투 대주교의 성소수자 권리 옹호, 아동 결혼 반대, 팔레스타인 지지 등의 업적을 강조하며 “배제된 이들을 포용하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이날 대성당 밖에는 수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와 ‘존경하는 대주교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고인의 시신은 장례식을 마친 후 비공개 화장 절차를 거쳐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당 안쪽 제단 부근에 안장될 예정이다.
투투 대주교는 20세기 최악의 정치적 폭압으로 기억되는 남아공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에 결연히 맞선 인물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백인정권이 종식됐을 때도 복수보다는 용서와 화합을 내세운 ‘화합의 정신’으로 여겨진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후에도 교계의 동성애 혐오와 싸웠고 부패가 심했던 흑인 대통령 제이콥 주마 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차별에 맞선 큰 별이 지자 세계 각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투투 대주교의 오랜 친구인 달라이 라마는 이날 직접 서명한 편지를 통해 조문했다. 편지에서 “그는 진정한 박애가이자 헌신적 인권 옹호가”였다며 위대한 사람을 잃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투투 대주교의 선종에 “성탄 다음날인 오늘 참된 종인 투투 대주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비통해한다”고 밝혔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사의 진실을 통해 용서와 화해를 이루고자 했던 대주교님의 삶은 인류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