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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목도된다. 후보자의 지지율 추이를 보기 위한 여론조사(꼬리)가 도리어 지지율(몸통)에 영향을 주는 경우다. 다수가 지지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원내 교섭단체 정당 대표를 탄생시킨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도 여론조사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대표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이준석 바람’은 태풍이 됐다. 당시 유력주자였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여론조사를 과도하게 생산해 퍼뜨린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여론조사는 대선주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치 선언 다음달인 지난 6월 30일 국회 소통관 기자실의 한 언론사 부스를 찾아 “그 때 그 (여론)조사가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언급한 여론조사는 그가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계기가 됐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여론조사가 자신을 정치판으로 불렀다는 의미다.
군소후보들은 여론조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청탁 아닌 청탁을 하기도 한다. 대권 주자라는 범주에 들어가면 그 자체가 선거운동인 셈이다.
어느새 여론조사는 선거판세를 비추는 거울이기보다는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 심판이 의도적으로 시합에 개입해 ‘선수’로 뛰는 꼴이다. 실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최근 대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특정 응답을 유도하거나 응답 내용을 다르게 결과를 입력한 여론조사 업체를 적발하기도 했다.
선거의 계절이 도래했다. 벌써부터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여론조사는 ‘민심 파악의 바로미터’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앞서지 말고 민심과 나란히 걷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