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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은 2025년판 개발협력백서를 통해 ODA의 지원 방식을 '오퍼형 협력'으로 전환한다. 개발도상국에 일본 측이 지원 메뉴를 제안하는 구조로, 민간 투자와 연계해 에너지 자원과 중요광물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백서 원안은 "경제안전에 대응하기 위해 ODA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고 명기하며, 반도체·희토류 등 공급망 안정화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일본은 이를 통해 중국의 자원 독점과 공급망 장악에 맞서기 위한 실질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FOIP 전략과 ASEAN 협력 강화
백서는 ODA를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의 핵심 실행 수단으로 규정했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상로 안전 확보와 디지털·인프라 분야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한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고속철도·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서 일본 기술과 자금력을 앞세워 중국발 채무의 함정을 경계한다. 외무성 관계자는 "ODA를 통해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ODA 실적 15.9% 급감
지난해 일본의 ODA 실적은 전년 대비 15.9%나 감소해 164억9353만 달러(약 2조4978억엔)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32개 회원국 중 미국, 독일, 영국에 이어 4위를 차지했으나, 4년 만에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재정 악화와 국내 복지 지출 확대, 우크라이나 지원 등의 영향으로 ODA 예산이 축소된 가운데, 중국의 일대일로 채무외교에 대한 견제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백서는 "ODA 규모는 줄었으나 질적 향상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채무외교에 대한 강한 경고
백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따른 '채무의 함정'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개발도상국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대출로 인한 채무 불이행 사례를 우려하며 "국제사회가 일체가 되어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리랑카의 항만 99년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매각한 사례와 한반토타항(함반토타항) 프로젝트를 대표적 사례로 언급하며, 일본은 쿼드(한·미·일·호주)와 G7을 중심으로 공정한 인프라 경쟁을 주도할 방침이다.
경제안보 대응의 핵심으로 중요광물 확보를 명시한 백서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전기차·반도체 소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ODA와 민간 투자를 연계한다. 아프리카와 남미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질조사와 광산개발 지원을 확대하며,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한다. '오퍼형 협력'은 수혜국이 일본의 조건을 선택하도록 유도, 중국식 불투명 대출과 차별화된 투명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전문가들은 "ODA를 경제안보 무기로 전환한 이번 백서가 일본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적 순위 하락 배경
ODA 순위 4위 하락은 일본의 재정난과 맞물려 있다. 2024년 총정부부채가 GDP 대비 2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복지·국방 예산 압박이 커지면서 ODA가 불가피하게 축소됐다. 미국(1위)은 우크라이나·중동 지원으로 기록을 세웠다. 독일(2위)은 기후변화 대응 예산을, 영국(3위)은 아프리카 식량위기 지원으로 선두를 달렸다. 일본은 규모는 줄었으나 아세안·인도·태평양 중심의 고효율 ODA로 질적 우위를 확보, 중국의 패권 확장에 맞선 '스마트 파워'를 추구한다.
일본의 ODA 전략 변화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경제안보와 외교를 연계한 현실론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선 일본의 '글로벌 사우스'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판도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백서 공표를 앞두고 국제사회는 일본의 ODA가 단순 원조를 넘어 지정학적 무기로 진화한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