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했던 경록이 또렷해졌다"…문상민과 첫 만남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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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첫 멜로물로 선택한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다. 2017년 이종필 감독과 처음 준비를 시작했고, 그 사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먼저 작업하면서도 '파반느'를 놓지 않았다. 다른 멜로 작품 제안도 고사했다.
고아성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긴 세월을 지나 이렇게 인터뷰 자리에 앉으니 정말 긴장된다"며 "유독 더 특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이유에 대해 그는 "영화 속에 '역시 영화는 사랑 영화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저 역시 사랑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며 "그래서 더 신중했고, 더 아껴두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작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학창 시절에 읽었고, 세월이 흐른 뒤 이 감독의 각색 시나리오를 접했다. 소설에서 사라진 부분과 이 감독이 그리는 여성상을 전적으로 믿었고, 함께하는 스태프들를 향한 확신도 있었다.
고아성이 고민을 한 지점 중 하나는 원작의 '못생긴 여자'의 설정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려 할 때도 있었지만 원작을 다시 읽으면서 관점을 바꿨다.
"자신이 못났다고 규정한다기보다 자신이 못났음을 '알고 있는' 사람의 눈빛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 제가 '미정의 눈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 하셨는데 제가 먼저 한 이야기예요. 좀 부끄럽지만 이런 접근에서부터 나온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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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내면에 굉장히 자신감이 부족하고 또 나약하고 정말 들키기 싫은 후미진 구석이 있었는데 그것을 캐릭터로 연기하면서 잘 묻어두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다시 마주해야만 미정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단다.
함께 호흡을 맞춘 문상민은 2017년 준비 당시 열일곱 살이었다. 고아성은 오랜 시간 혼자 대사를 연습하며 경록이라는 인물을 기다렸다. 첫 리딩 날을 떠올리며 "희미했던 경록의 얼굴이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진짜 너였구나, 내가 너를 기다렸구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촬영 내내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했지만 한 시절을 통과한 느낌이었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가슴이 저릿했다. 그 잔상은 문상민이 준 힘이기도 했다.
이종필 감독과의 관계는 긴 시간만큼이나 특별하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손편지와 함께 '월간 미정'이라는 종이를 건넸다. 2017년 첫 미팅 후 우연히 발견해 부적처럼 간직해온 것으로, "그 시절의 간절함을 감독님께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공개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한 번에 전 세계에 공개되니 예상하지 못한 팬들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특히 태국에 사는 한 팬이 '제 안의 미정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어요. 편집이 끝났을 때는 10년 작업의 종지부를 찍는 듯한 우울감이 컸지만,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잔상을 느낀다는 걸 알게 돼 외롭지 않았죠."
10년을 기다린 첫 멜로 영화를 마친 고아성은 "지금 '파반느'의 그 진한 감정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다음에는 더 발랄한 멜로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청춘은 영화를 통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특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파반느'에서 세 명의 구도가 주는 한 시절의 진득한 연결감, 그런 것을 같은 감독님을 통해 경험하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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