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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 재검토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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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26. 00:00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창업 5년 이내 스타트업과 국가전략기술 분야 기업에 대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기준을 둬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동안 경영자단체나 특정 업종 종사자들의 이익단체인 '협회' 등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공식 건의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다르다.

과기자문회의는 혁신생태계를 만들려면 자율성과 유연성이 중심되는 규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 첫 단추가 스타트업과 국가전략기술 분야 기업의 기술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제 예외 기준을 신설해 적용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주(週) 단위가 아니라 분기·반기 단위로 근무 시간을 설정해 '업무 몰입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사측의 일방적인 지시로만 추진하는 게 아니라 근로자 개별 서면동의, 건강권 보호 등을 전제로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건의문에서 한 벤처 1세대 창업가는 "주 52시간제는 열정과 시간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벤처기업의 본질과 충돌한다"며 특히 화이트칼라 중심의 스타트업에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유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벤처기업의 경우 시간이 생명인데,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벤처 3세대 창업가도 "제조업 중심의 획일적 규제를 벗어나 창업 생태계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만 유연한 근로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다. 중국의 추격으로 기술 우위가 뒤집힐 위기에 처한 반도체 업종이 대표적이다. 납기와 수주 일정에 따라 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리고 일정 기간 연속적인 연구개발이 불가피한데 경직된 근무 시간으로 효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신작 출시를 앞둔 막판 수개월은 고강도 근로가 필요한데 주 52시간 근무제로 손을 놓아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기자문회의에 보고한 '2024년 기술수준 평가'에 따르면 2년 새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국가전략기술은 17개에서 6개로 줄었다. 이러한 뼈아픈 결과는 중국 첨단 기술 연구개발자 사이에 일반화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이른바 '996 근무제'도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중국의 급속한 '기술 굴기'에 놀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996 근무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올 1월 반도체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업계가 요구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은 결국 빠졌다. 미국조차 비상이 걸렸는데, 우리의 이러한 대응은 안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는 과기자문회의가 제안한 스타트업뿐 아니라 최소한 전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후속 입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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