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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산책] ‘파반느’, 클래식 선율 위에 수놓은 첫사랑의 멜랑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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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2. 18. 16:04

이종필 감독의 신작…변요한·고아성·문상민 출연
20일 넷플릭스서 공개
파반느
'파반느'/넷플릭스
첫사랑은 대개 거창한 사건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어떤 노래 한 곡과 몇 번의 우연, 말끝에 남는 망설임에서 비롯된다. 2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는 "모든 사랑은 오해다"라는 문장을 시작과 끝에 놓아두고 이 망설임의 시간을 따라간다.

백화점 지하 창고에서 일하는 미정(고아성), 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록(문상민), 두 사람 곁을 맴도는 요한(변요한)이 각자의 결핍을 안고 서 있는 자리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단순한 삼각관계가 아닌, 각자의 결핍이 교차하며 관계의 결이 만들어진다. 높은 선반의 물건을 대신 내려주고, 비 오는 날 우산을 건네며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는 경록, 사람보다 비를 상대하는 게 쉽다며 경록의 친절에 위안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미정. 이 사이에서 "사랑이 없다면 함부로 다가가지 마. 남는 건 상처뿐이야"라는 요한의 외침은 세 사람 모두를 향한 질문처럼 남는다.

파반느
'파반느'/넷플릭스
파반느
'파반느'/넷플릭스
이들의 감정은 공간의 명암과 겹쳐진다. 이종필 감독은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영화로 옮기며 작품에 흐르던 정서를 빛과 그림자의 대비 속에서 다시 배열했다. 지하 창고의 어둠과 번쩍이는 매장의 조명, 세 사람이 숨을 고르는 '켄터키 HOPE'라는 공간은 인물의 심리를 비추는 장치로 기능한다. 극 중 등장하는 오로라는 밤을 완전히 지우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빛의 형상이다. 세 사람 역시 서로의 삶을 완전히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잠시나마 어둠을 덜어내는 존재로 남는다.

고아성은 쉽게 드러내지 않는 표정과 작은 호흡으로 미정의 눌린 감정을 단단히 붙든다. 문상민은 힘을 뺀 다정함으로 경록의 순수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변요한은 능청스러움과 고독이 교차하는 얼굴로 요한의 복합적인 결을 살린다. 세 배우의 균형이 유지되기에 이야기는 한 사람의 멜로로 기울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는 세 청춘의 초상이 나란히 놓인다.

'파반느'는 완전한 사랑을 약속하지 않는다. 오해와 미완을 전제한 채 관계를 바라본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따뜻하게 남는 이유는 세 사람이 서로의 어둠을 잠시라도 비춰주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오해, 그 사람이 남들과 다르다는 오해. 그 오해가 끝내 깨진다 해도 함께 서 있었던 시간만큼은 분명 존재했다는 감각이 화면 위에 남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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