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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수출 136억달러’의 착시…K-푸드 통계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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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6. 02. 18. 18:00

김지혜 명함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136억2000만 달러(약 19조7490억원)다. 전년 대비 5.1%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농식품만 104억 달러를 넘겼고, 라면은 사상 처음으로 15억 달러(약 2조1654억원)를 돌파했다. 미국 수출은 18억 달러, 중국은 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유럽과 중동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숫자만 보면 K-푸드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산업이다.

성과를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라면 수출이 21.9% 급증하고, 아이스크림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겼으며, 닭고기 가공품이 400% 이상 늘어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확장이다. 한류 콘텐츠와 'K-매운맛'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숫자들이 K-푸드의 '전체'를 보여주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현재의 수출 통계는 통관 기준이다. 국내에서 생산해 국경을 넘어간 물량만 집계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지배적이던 시절에는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기업 활동이 글로벌 생산·판매 체계로 재편된 지금, 이 잣대는 산업의 실제 외연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일례로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올리는 매출만 연간 5조원 안팎이다.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7조원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 현지 생산, 현지 판매 방식으로 이 수치는 한국의 수출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유럽으로 수출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한국 기업이고, 이익은 국내 본사로 돌아오지만 통계상 '한국 수출'은 아니다. 이런 구조라면 현재 통계는 K-푸드 글로벌 판매의 일부만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진다. 지금은 국내 생산 후 수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해외 공장을 완공해 현지 생산을 본격 확대한다면, 글로벌 판매량이 늘어도 한국 수출액은 줄어들 수 있다. 통계만 보면 산업이 둔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이런 단계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해외 생산·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아이폰 역시 글로벌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이들 산업을 평가할 때 단순 국내 수출액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하지 않는다. 글로벌 판매량과 해외 법인 매출, 본사로 환류되는 이익까지 함께 본다.

그런데 K-푸드는 여전히 10~20년 전의 통관 기준 수출액 중심으로 평가된다. 136억 달러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지만, 그것만으로 산업의 체력과 확장성을 진단하기에는 부족하다.

산업 구조가 변하면 통계도 변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이 현실을 따라갈 수 있다. 이제는 '얼마나 수출했는가'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얼마나 팔리고 있는가'를 묻는 체계가 필요하다. 해외 생산·판매 실적과 글로벌 매출, 국내로 환류되는 배당과 로열티까지 포괄하는 입체적 지표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을 세울 수 있다.
K-푸드는 이미 수출 통계 밖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숫자를 바꾸지 않으면 현실을 오해하게 된다. 통계의 프레임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산업의 절반만 보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국경을 넘은 물량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으로 K-푸드를 평가해야 할 때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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