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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하코다테, 지방소멸의 해법을 묻다] ⑤기후변화가 만든 항구 산업, 앤초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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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2. 16. 07:18

정어리·멸치 증가 대응 가공식품화 …버리던 어획물 지역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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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초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하코다테항 인근의 수산 가공작업장/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하코다테 항구 인근의 한 수산 가공 작업장. 스테인리스 작업대 위에 손질된 정어리가 얼음물에 재워져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한쪽에서는 병입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관광 체험 공간이 아니라 실제 생산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었다. 출입문 근처에는 원재료 상자가 쌓여 있었고 작업대 옆에는 계량기와 칼, 소금통이 정리돼 있었다. 염장통에는 소금에 절인 생선이 층층이 담겨 있었다. 실내에는 바다 냄새와 염분 냄새가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사업이 '하코다테 앤초비 프로젝트'다.

하코다테시는 최근 해양 자원 변화가 지역 산업, 특히 어업과 관광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가운데 하나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구 현장에서도 변화는 확인됐다. 과거 이 지역을 대표하던 어종은 오징어였다. 항구 주변 상점과 식당에서도 오징어 관련 상품과 메뉴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어리와 멸치 같은 소형 어종의 유입이 늘었다. 문제는 어획량 자체가 아니라 수익 구조였다. 잡히는 물고기 종류가 달라졌지만 기존 유통 구조로는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앤초비 프로젝트를 설명한 오카모토 케이고(岡本圭吾) 로컬레볼루션(Local Revolution) 대표는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정어리는 많이 잡히지만 가격이 낮아 산업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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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모토 케이고(岡本圭吾) 로컬레볼루션(Local Revolution) 대표가 앤초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시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어민 입장에서는 어획이 있어도 수입이 크지 않았고, 항구에서는 남는 어획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소형 어종은 크기가 작아 선별과 보관에 손이 많이 갔고 일정 가격 이상을 받기 어려웠다. 오카모토 대표는 어민과 가공업체, 지역 식당 관계자들과 협력해 활용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선택한 방식은 새로운 어종 개발이 아니라 기존 어획물의 가공이었다.

실제 생산은 후쿠다해산주식회사(福田海産株式會社)가 맡았다. 작업장을 운영하는 후쿠다 쿠미코(福田久美子) 대표는 공정을 설명했다. 먼저 생선을 세척하고 삶은 뒤 소금에 절여 일정 기간 숙성한다. 이후 손질 과정을 거쳐 병에 담는다. 대부분 공정은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작업대에서는 손질된 생선을 일정한 크기로 나누고 물기를 제거한 뒤 병입 순서에 맞게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작업자는 병의 크기에 맞춰 생선을 배열했고 마지막으로 염수와 기름을 채워 밀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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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앤초비 프로젝트로 생산된 앤초비 필레와 소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병입된 앤초비는 원재료 상태의 어획물과 다른 가격 구조로 판매된다. 이른바 '앤초비 필레'(올리브오일 절임 앤초비)가 탄생한 것이다. '앤초비 필레'는 피자, 파스타, 샐러드, 카나페 등에 들어가는 비싼 식재료다. 앤초비는 생물 상태로는 단가가 낮지만 염장과 숙성 과정을 거쳐 기름에 담아 병입한 제품은 귀한 가공식품으로 유통된다. 작업장에서 병입된 제품은 매장과 지역 식당으로 공급되며 원재료 어획물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같은 어획물을 이용하되 판매 형태가 바뀌면서 항구에서 잡힌 생선이 단순 어획물이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었다.

완성된 제품은 작업장 매장에서 판매되고 지역 식당에도 공급되었다. 일부 작업은 지역 취업지원 시설과 연계해 인력이 참여하고 있었다. 가공 과정 자체가 단순 생산을 넘어 지역 내 작업 참여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항구에서 잡힌 어획물이 같은 지역 안에서 가공·포장·판매로 이어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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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해산주식회사(福田海産株式會社)의 후쿠다 쿠미코(福田久美子) 대표가 앤초비 가공 과정과 완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이 사업의 특징은 새로운 자원을 찾은 것이 아니라 '이용 방식'을 바꾼 데 있다. 잡은 생선을 그대로 판매하던 방식에서 가공·판매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어획 중심이던 항구 경제가 제품 생산과 유통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확장되는 형태다. 항구에서의 작업은 어획 이후 단계까지 이어지고 있었고 어종 변화가 작업 형태의 변화를 동반하고 있었다.

오카모토 대표는 "잡는 것만으로는 지역 경제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코다테시는 해양 환경 변화가 지역 수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항구에서는 어획 감소를 기다리기보다 이용 방식을 바꾸는 선택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다에서 들어오는 생선이 달라지자 부두의 일도 달라지고 있었다. <끝>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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