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백현진·김수철, 잇따라 개인전 개최 장르 넘나드는 예술가들, 자신만의 '표현법' 선보여
박신양화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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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배우이자 화가 박신양. /민음사
올 봄 전시계에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했다. 배우로 알려진 박신양, 미술가이자 음악가·배우인 백현진, 그리고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수철. 이들의 공통점은 대중에게 익숙한 모습과는 다른 '화가'로 관객을 만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랜 시간 축적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예술 장르 간 경계가 무너지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박신양,_「당나귀_9」(2022년,_oil_on_canvas,_50F_117×9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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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의 '당나귀 9'. /민음사
오는 3월 6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막하는 박신양의 두 번째 개인전 '제4의 벽'은 전시의 개념 자체를 뒤흔든다. 200점에 달하는 대작과 15명의 배우, 특수분장팀이 동원되는 이 전시는 미술관을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관람객들은 박신양의 가상 작업실로 초대되고, 그곳에서 물감과 붓, 이젤의 '정령'으로 분장한 배우들을 만난다. 2023년 첫 개인전에서 유료 관객만 3만 명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던 그는 "40년간 배우로서 고민해온 '표현'이 회화에서도 이어진다"고 말한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그의 작품을 두고 "존재의 극적인 순간을, 육화된 파토스(열정과 고통이 뒤섞인 감정)를 열어젖힌다"고 평가했다. 배우 특유의 극적 긴장감이 캔버스 위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는 뜻이다.
박신양, 「투우사 3」(2022년, oil on canvas, 227.3×16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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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의 '투우사 3'. /민음사
1. Bek Hyunjin, Port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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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 /PKM갤러리
PKM갤러리에서 3월 21일까지 열리는 백현진의 개인전 '서울식(Seoul Syntax)'은 한층 담백하다. 1990년대부터 미술가와 음악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고, 2000년대 이후 연기까지 20년 넘게 이어온 그는 예능 '직장인들'의 '후장님'으로,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로도 대중에게 친숙하다.
"그림과 음악, 연기 이 세 가지 다 내 본업"이라고 말하는 백현진은 번아웃 상태에서 서울로 돌아와 "내가 보고 싶은 그림"을 그렸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회화와 드로잉 30여 점은 물감을 쌓아 올리던 기존 작업과 달리 비우듯 채워내는 조형 언어를 보여준다.
배우 한예리가 출연하고 영화 '기생충'의 홍경표 촬영감독이 참여한 영상작업 '빛23'도 함께 상영된다. 백현진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그림을 그린다"며 "세 가지 일을 하는 것이 각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2. Installation view of Bek Hyunjin_ Seoul Synt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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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의 개인전 '서울식(Seoul Syntax)' 전경. /PKM갤러리
3. Bek Hyunjin. Wint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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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의 'Winter'. /PKM갤러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3월 29일까지 열리는 김수철의 개인전 '소리그림'은 더욱 특별하다. 1986아시안게임, 1988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음악을 맡았던 그가 반세기 가까이 그려온 회화 작업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그림이고, 그림은 소리다"라는 철학 아래 자연·우주·일상의 소리를 색과 선, 질감과 리듬으로 구현한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음악 활동 이전부터 이어져 온 그의 회화 작업은 유명세 뒤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번 전시를 통해 독립된 예술 세계로 완성됐다.
개인전 앞둔 가수 김수철<YONHAP NO-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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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연합뉴스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다재다능함이 아니다. 한 예술가가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일관된 세계관을 구축해가는 과정이다. 박신양은 연극의 '제4의 벽' 개념을 회화에 접목했고, 백현진은 "그림을 그리듯 연기하고 연기하듯 노래"하며, 김수철은 소리를 시각화하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제안한다.
미술계는 이러한 크로스오버에 주목하고 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가들의 작품은 기존 화단과는 다른 신선한 충격을 준다"며 "대중적 인지도를 넘어 작품성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