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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르헨티나 민간 달러 매입량 사상 최다…환율 방어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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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6. 02. 05. 15:24

중앙은행 "민간이 사들인 미화 321억 달러"
환율 상승폭, 인플레이션율과 함께 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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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중앙은행 외관./로이터 연합
지난해 아르헨티나 국민의 미화(달러) 매입량이 중앙은행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달러 수요가 역대급으로 늘어난 데 비해 페소-달러 환율은 크게 뛰지 않아 당국이 환율 방어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아메리카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외환관리보고서에서 2025년 민간이 매입한 미화가 321억1400만 달러(약 47조823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457억 달러(약 66조9825억원)였다.

단순 계산하면 민간이 외환보유액의 약 70%를 사들인 셈이다. 중앙은행이 민간의 미화 매입량에 대한 공식집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다 물량이다.

중앙은행은 수출대금 환전으로 확보한 달러를 외환시장에 푸는 식으로 달러수요에 대응해 왔다.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20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에서 25억 달러(약 3조7000억원)를 끌어다 썼지만 지난달 전액 상환했다.

만성 인플레이션이 시달려 온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달러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법정통화인 페소화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폐, 달러는 저축용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정국이 불안할 때 특히 달러 수요가 폭증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지난해 10월 연방상·하원 의원을 부분 교체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 중앙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중간선거 직전 민간의 달러 매입량은 350억 달러(약 51조원)까지 치솟아 정점을 찍었다.

아르헨티나에 먼저 통화스와프를 제안한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여당이 승리하자 민간의 금고로 들어갔던 달러가 일부 다시 시장에 풀렸다.

이와 관련해 블라드미르 베르밍 중앙은행 부총재는 "선거를 앞두고 달러 수요가 늘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당국이 예의주시한 것은 선거 후 외환시장의 동향이었다"며 "선거 후 경제정책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확산되면서 사재기 열풍은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수요가 폭증했지만 페소-달러 환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구가했다. 지난해 1월 달러당 1100페소(약 1100원) 안팎이었던 페소-달러 환율은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1450페소(약 1450원)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율이 약 31%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가치로 따졌을 때 페소-달러 환율에 사실상 변동이 없었던 셈이다.

현지 언론은 특히 지난해 아르헨티나가 환전 규제를 전면 폐지한 점을 들어 환율 방어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는 2011~2025년 개인의 달러 환전을 1인당 월간 100달러(약 14만7000원)로 제한하는 엄격한 환전 규제를 시행했다.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한때 아르헨티나에는 공식 환율, 증권 환율, 카드 환율 등 6~7종 페소-달러 환율이 난립했다.

대선 후보 시절 환전 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전면적인 환전 규제 폐지를 전격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2026년 1월)보다 8개월 이른 조치였다.

현지 언론은 전면적인 환전 규제 폐지, 달러 수요 폭증 등 불리한 조건이 겹쳤지만 당국이 환율 관리에 성공한 것은 정책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은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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