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경험 앞세워 승계 작업 '착착'
"영향력 키우며 안정속 변화 이끌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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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달 20일 서울 동작구 농심빌딩에서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상열 부사장과 조용철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이와 함께 이성호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처리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농심의 후계 구도가 제도권 안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통상적인 국내 오너 기업의 승계 공식인 '임원 승진→사내이사 진입→대표이사 선임' 순서를 밟으며 본격적인 '책임 경영'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간 전략·기획 부문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과 신사업 발굴 등 실무 경험을 쌓아왔던 신 부사장이지만, 등기임원인 사내이사 선임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 이제는 경영 판단의 주체로 나서게 됐다.
1993년생인 신 부사장은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장손이자 신동원 회장의 장남이다. 신 부사장은 2019년 미국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해 농심 경영기획실로 입사했다. 지난해 미래사업실 전무를 거쳐 '2026 정기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입사 7년만이다. 보수적인 농심의 기업 문화를 고려할 때 이례적인 속도라는 평가다.
신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은 농심의 미래 전략과 직결된다. 신 부사장은 그동안 미래사업실장으로서 사내외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타당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주도해 왔다. 이사회 합류 이후 그는 내수 중심의 라면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식물성 대체육'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등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역할 확대가 곧바로 경영권의 전면적인 이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분 구조상 아직은 점진적인 영향력 확대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심의 최대주주는 지분 32.72%를 보유한 농심홀딩스이며, 율촌재단(4.83%)과 신 부사장(3.29%)이 뒤를 잇고 있다.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부친인 신동원 회장(42.92%)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은 현재로서는 신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반면 신 부사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율은 1.41% 수준에 그쳐, 지분 승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지배 구조를 감안하면 이번 사내이사 선임은 급격한 세대교체보다는, 신동원 회장과 조용철 사장 등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에서 신 부사장이 경영 책임과 역할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실질적인 경영 능력을 입증하며 영향력을 서서히 넓혀가는 '안정 속 변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편 농심은 올해 경영 지침으로 '글로벌 어질리티 앤드 그로스(Global Agility & Growth)'를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농심은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달성하고, 전체 매출 중 해외사업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신상열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은 농심 3세 경영의 막이 올랐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글로벌 시장 확대와 사업 다각화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서 그가 보여줄 경영 성적표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