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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부실채권 8조 털었지만… 치솟는 연체율에 건전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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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2. 02. 17:19

고금리 장기화로 한계 기업·차주 급증
상·매각 늘려도 부실 발생 속도 더 빨라
연초 대출금리 상승… 연체 지속 전망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와 경기 회복 둔화로 인한 핵심 산업의 침체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기업이 동시에 늘어나자,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8조원을 웃도는 부실채권을 털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부실채권 정리를 늘렸음에도 연체율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건전성 방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연초부터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고금리에 부담을 느끼는 가계·기업 차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은행권의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도 올해 확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 한 해 동안 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8조46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7조1019억원) 대비 19.2%(1조3639억원), 3년 전인 2022년(2조3013억원)과 비교하면 약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세부적으로 보면 상각을 통해 정리한 부실채권 규모는 2024년 2조4176억원에서 지난해 3조3319억원으로 증가하며 3조원대를 넘어섰고, 같은 기간 매각 규모도 약 5000억원가량 늘어나 5조원을 웃돌았다.

은행은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긴 대출을 '고정이하' 등급의 채권으로 지정하고,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간주한다. 이 단계에 들어선 채권은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데, 상황이 더 악화돼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면 은행은 손실을 인정해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제외하거나(상각), 외부 전문기관에 헐값에 넘기는 방식(매각)으로 처리한다.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은행의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부실채권 상·매각은 건전성 지표 방어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들 은행의 상·매각 규모가 급증한 건 오랜 고금리 국면으로 인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차주가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시기에 내줬던 일부 대출의 상환 유예 종료에 더해, 지난해 석유화학·철강 등 핵심 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한계 기업이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장기 연체채권 매입을 위해 출범한 새도약기금(배드뱅크)이 작년 11월부터 민간 금융사 부실채권 매입을 시작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상·매각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속도보다, 부실채권이 새로 발생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60%로, 전년 동기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11월 기준으로는 지난 2018년(0.60%)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포함한 작년 1~11월 대출 연체율의 단순 평균치는 0.57%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연간 평균치(0.47%)보다 0.1%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전체 대출 중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작년 3분기 기준 0.57%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시장금리 상승과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겹치며 연초부터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는 연 3.94~6.24% 수준이었으나, 같은 달 말에는 연 4.25~6.60%로 불과 한 달 만에 금리 하단이 0.3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기업대출 금리 역시 전월 대비 0.06%포인트 오른 4.16%를 기록했다.

이에 가계와 기업 모두 고금리 부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의 건전성 리스크 압박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달 발간한 부실채권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한미 금리역전 상황이 지속되고, 환율 상승에 따른 제한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경기 회복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경기 둔화로 인한 연체율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한계 차주 부실화 가능성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매각 규모 확대는 은행이 그만큼 연체 채권 정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동시에 정상화가 어려운 연체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선제적인 연체 및 연체율 관리를 통해 상·매각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자산 건전성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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