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2.0', 유로화 7주 최저·방산주 급등...실물경제 타격 경고
다보스 '담판' 앞두고 유럽, 930억유로 보복관세, 통상위협대응조치 대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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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월 1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부터 이를 25%로 인상하는 단계적 관세 일정을 제시하며, 관세를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전면적인 구매(Complete and Total purchase)"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번 조치는 관세가 단순한 무역 불균형 논리가 아니라, 그린란드(덴마크 자치령) 문제를 지렛대로 한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다. 유럽은 즉각 이를 협박(blackmail)으로 규정하며 930억유로(160조원)의 보복 관세 부활과 유럽연합(EU)의 '무역 바주카'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Anti-Coercion Instrument) 발동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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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압박 수위를 높이며 관세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18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서반구의 안보를 다른 나라에 위탁(outsource)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린란드를 미국의 일부로 하는 것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는 것이 낫다. 유럽은 약함을 드러내지만, 미국은 강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은 그린란드가 미국에 편입되지 않고서는 (북극) 안보 강화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유럽인들이 이것(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이 그린란드와 유럽, 미국에 최선이라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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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과 위협이 현실화되자 글로벌 금융 시장과 실물경제는 즉각적인 충격에 휩싸였다.
18일 아시아 외환 시장 개장과 동시에 유로화 가치가 7주 만에 최저치인 1.1572달러까지 급락했고, 영국 파운드화도 약세를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시장이 이번 조치를 단순한 엄포가 아닌 실질적인 '무역 전쟁 2.0'의 개전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증거다.
반면,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유럽의 방산주는 1월 들어서만 15% 가까이 급등하며 자산 시장이 '전쟁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실물경제의 타격 전망도 암울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관세가 타겟이 된 유럽 국가들의 대미 수출을 최대 50%까지 삭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로이터에 "10%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과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0.1% 하락하고, 25%로 인상될 경우 0.2~0.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체적인 타격 품목으로 △프랑스의 루이비통·에르메스 등 명품과 와인 △독일의 폭스바겐·포르쉐 등 자동차 △덴마크의 뱅앤올룹슨(B&O) 및 노보 노디스크(제약) 등을 꼽았다. 이들 고부가가치 산업은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상실과 미국 내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위협은 지난해 7월 타결됐던 미·EU 무역합의의 틀마저 뒤흔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당시 합의로 미국이 EU산 대부분 품목에 15% 관세를 적용해 긴장을 완화했지만, 이번 조치는 그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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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휴일인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전례 없는 강경 대응 태세를 갖췄다. EU 27개 회원국 대사는 이날 오후 5시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회동했다. 안토니오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의 직후 "관세는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며, EU는 어떠한 강압에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 준비 중인 대응책은 구체적이고 강력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의 가장 강력한 무역 제재 수단인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 ACI)' 발동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것이 발동되면 미국 기업의 유럽 내 공공 조달 입찰이 금지되고, 서비스 무역과 지식재산권까지 제한될 수 있다.
아울러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교과서적 강압(textbook coercion)'으로 보고, 지난해 무역 협상 당시 유예했던 930억유로 규모의 대미 보복 관세 리스트를 재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의회 최대 정당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는 "트럼프 위협 아래에서는 미·EU 무역협정 승인이 불가능하다"며 오는 26일로 예정된 비준 표결 보류를 선언했다.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인 독일의 산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터무니없다(ludicrous)'며 EU가 물러서지 말고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각국 정상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어떤 협박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은 협박당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안보를 추구하는 행위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완전히 틀린 일(Wrong)"이라고 비판했고, 영국 총리실은 "그린란드 입장은 타협 불가(Non-negotiable)"라고 못 박았다.
방한 중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관세 부과는 실수(Mistake)"라고 지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미국 입장에서 유럽의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중재 여지를 남겼다.
◇ 트럼프 전략, 다보스 포럼 겨냥한 '설계된 위기'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7일이라는 시점을 택해 '관세 폭탄'을 터뜨린 것이 오는 20일 주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 방문을 앞두고 EU와 나토의 기반을 흔들며 무대를 세팅했다"며 "다보스에서 유럽 정상들을 만날 때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보복 조치를 미리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도 "트럼프의 위협은 다보스에서 열릴 중대 회담(Crunch talks)을 앞두고 서방 동맹을 위기에 빠뜨렸다"며 이번 조치가 다보스 회동을 단순한 대화가 아닌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담판'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도 이러한 '협상용 전술' 관측을 뒷받침한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의 저자"라고 상기한 뒤 "지금은 냉정을 되찾고 테이블에 앉아 모두에게 최선인 거래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관세 위협이 결국은 그린란드 매입 협상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일이라는 촉박한 관세 발효 시한을 설정함으로써 다보스에서 만날 유럽 정상들에게 '시간이 없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