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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K-방산 2026, 제조를 넘어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도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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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1. 16. 11:02

-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 특별대담
- 2026년, 제조를 넘어 자원·외교·AI를 잇는 총체적 전환의 해
- ‘종합상사형 애국산업’.....‘방산기업’의 역할을 다시 묻다
0126 채우석 장군_사진
"방위산업의 위상을 단순한 무기 제조업을 넘어 국가의 경제안보·외교력을 동시에 견인하는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채우석 이사장, 2026.01.25. 사진=조현기 한국방위산업학회(KADIS) 사무국장
"2026년은 K-방산이 양적 팽창을 질적 승리로 전환해야 하는 분수령입니다."
한국 국방의 원로인 채우석 이사장의 진단은 명확했다. 최근 몇 년간 K-방산은 폴란드·중동·동남아를 축으로 사상 최대 수출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수주 잭팟에 안주하는 순간 지속 가능성은 흔들린다"며, 방위산업의 위상을 단순한 무기 제조업을 넘어 국가의 경제안보·외교력을 동시에 견인하는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우석 한국방산학회 이사장과 올해 K-방산이 나아갈 길을 하나씩 짚었다.

'종합상사형 애국기업'.....방산기업의 역할을 다시 묻다
이사장이 제시한 핵심 키워드는 '종합상사형 애국기업'이다. 방산 수출을 단발성 거래로 보지 말고, 국가 간 전략적 교환으로 확장하자는 구상이다. 핵심 광물을 보유한 국가에 무기체계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리튬·희토류 등 미래 산업의 혈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자원 연계형 방산 수출이 대표적이다. 그는 "방산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국가 공급망 안보를 책임지는 종합상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것이 진정한 애국기업"이라고 못 박았다.

판매에서 운용으로.... 30년짜리 시장을 잡아라
무기체계의 수명은 길다. 한 번 도입되면 30년 이상 운용된다. 이사장은 "이제 방산의 중심은 판매가 아니라 운용·유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MRO(유지·보수·정비) 거점 전략은 이런 인식의 산물이다. 폴란드, 중동, 동남아 거점국에 정비 허브를 구축해 30년짜리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제품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의 전환이야말로 K-방산의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K-방산 수출 현장에서 증명되는 전략, 폴란드·호주·미국
전략은 이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폴란드 2차 실행계약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정비 허브를 구축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이는 유럽 전역의 K-방산 수요를 흡수하는 교두보가 됐다. 호주 레드백 장갑차 사업은 방산과 자원을 결합한 파트너십의 실험장이 됐다. "무기로 안보를 지키고, 자원 협력으로 미래 산업을 지킨다"는 그의 구상이 현실화된 사례다.
미 해군 함정 MRO 진출은 상징성이 크다. 그는 "세계 최강 해군의 함정을 한국 조선소에서 정비한다는 것은 기술력과 보안 체계가 글로벌 최고 수준임을 공인받았다는 뜻"이라며 "전 세계 함정·항공기 MRO로 확장하는 신뢰의 보증수표"라고 평가했다.

2026년의 기술 방향, '소버린 AI'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의 표준화
기술 전환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이사장은 2026년을 '소버린 AI' 원년으로 규정했다. 화력 중심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AI와 무인기가 결합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를 한국형 표준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간 소프트웨어 혁신이 방산으로 신속히 유입되는 개방형 구조, 국방 반도체·엔진·센서 등 핵심 부품의 완전 국산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AI는 빠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안전·책임·신뢰를 담보한 국방 AI여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생태계의 허리, 중소기업·스타트업이 답이다
그는 "대기업만으로는 G4 방산 강국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혁신의 원천은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이다. 부품 국산화 성공 시 파격적 인센티브, 금융·마케팅을 결합한 동반 진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K-방산 스타트업 100' 프로젝트로 발굴된 AI 드론 기업들이 수출 현장에서 호평을 받은 사례는, 그가 말하는 '두터운 방산 생태계'의 실증이었다. 대기업은 판로를 열고, 중소기업은 독보적 기술을 제공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로의 제언, 2026년 6대 추진 방향
채 이사장은 2026년 K-방산의 추진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전략 플랫폼화: 방산을 외교·자원·금융과 결합한 국가 전략의 축으로 격상, △서비스 전환: MRO·업그레이드·데이터 서비스로 30년 가치 창출, △ 소버린 AI 확립: 유무인복합(MUM-T)체계의 표준화와 신뢰 기반 국방 AI 체계 정착, △ 공급망 안보: 자원 연계형 수출과 핵심 부품 완전 국산화, △ 생태계 강화: 스타트업·강소기업의 글로벌 동반 진출등 다섯가지로 요약하고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 방산 원팀 거버넌스, 즉 외교·안보·금융을 묶는 범정부 컨트롤타워의 상시화를 강했다.

'신의(信義)'의 산업, 숫자를 넘어 신뢰로
마지막으로 그는 방위산업의 본질을 '신의(信義)'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만든 무기가 누군가의 국가를 지키고 장병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2026년의 K-방산은 수출액이라는 숫자 경쟁을 넘어, 우방국에는 가장 믿음직한 안보 파트너, 국민에게는 자원과 에너지를 확보해오는 경제 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K-방산의 다음 단계는 이미 설계됐다. 제조를 넘어 플랫폼으로, 판매를 넘어 운용으로, 하드웨어를 넘어 AI로. 남은 과제는 실행이다. 2026년, K-방산이 국가 전략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그 시험대가 열리고 있다.

◇채우석 이사장은
지난 55여 년간 한국 국방과 방위산업의 정책·조달·연구개발·학문을 두루 이끌어 온 대표적 원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로 출발해 국방부 연구개발관, 국방조달본부 외자부장·차장을 역임하며, 단순 구매 중심이던 군수 체계를 기술·전략·산업 논리가 결합된 구조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해외 무기 도입과 국제 군수 협상 실무를 총괄하며 오늘날 K-방산 수출 구조의 기초가 되는 '조달의 전략화'를 현장에서 구현한 인물로 평가된다.

육사에서 전기공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며 공학과 경영학 전반을 아우르는 학문적 기반을 토대로, 방위산업을 기술 산업을 넘어 국가 경영과 경제안보의 핵심 축으로 인식해 왔다. 대학 강단과 학회를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산·학·군·정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는 방위산업을 '신의(信義)의 산업'으로 규정하며, K-방산을 가성비 중심 무기에서 신뢰 기반 전략 파트너로 도약시키는 데 중요한 정신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대한민국 국방과 K-방산의 원로로 평가된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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