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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미술관·박물관 입장료 인상, ‘얼마’보다 중요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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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1. 11. 10:5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론 뮤익'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 전경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론 뮤익'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박물관 입장료 인상 논란은 단순히 "얼마를 받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문화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그 대가를 관람객에게 어떻게 되돌려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국제 거장'전 관람료를 8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논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반 전시는 2000원을 유지한 채, 해외 대형 전시에 한해 차등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미술관은 급증한 작품 운송비와 보험료, 전시 제작비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국제 대형전의 상당수는 작품 운송과 설치 비용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공공 미술관이라 해도 글로벌 전시 환경의 비용 상승을 피해 가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런 인상이 일회성 조정이 아니라, 공공문화 영역 전반에서 '가격'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의 신호처럼 읽힌다는 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 유료화 논의, 궁·능 관람료 현실화, 해외 관광지의 유료화 사례까지 이어지면서 무료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점검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2008년 도입된 국립박물관 무료 관람 정책은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관람객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박물관은 일상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관람객 증가가 운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설 유지, 보존 환경 관리, 인력 확충 부담은 커졌지만, 입장료 수입이 없는 구조에서는 재정 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현행 국가회계 체계에서는 설령 입장료를 받더라도 그 수익이 기관에 직접 귀속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해외 주요 박물관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루브르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높은 입장료를 받지만, 동시에 다양한 면제와 할인 제도를 운용한다. 무료 관람 시간이나 지역 주민 대상 혜택을 통해 접근성을 보완하고, 입장료 수입은 전시 환경 개선과 서비스 강화로 환원된다. 유료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요금 정책의 설계와 수익 사용의 투명성이다.

국내에서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관람료를 올리거나 유료화로 전환할 경우, 그 재원이 실제로 전시의 질을 높이고 관람 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관람객에게는 '값만 오른 문화 소비'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크다. 유료화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수익의 재투자 경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그 결과를 관람객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형평성이다. 대형 국립기관과 지역·공립 박물관 사이의 격차, 세대와 소득에 따른 문화 향유 격차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은 쉽게 반발에 부딪힌다.

결국 관건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다. 관람객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의 요금은, 그만한 경험과 환경이 제공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입장료 인상과 유료화 논의는 비용 부담을 관람객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공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합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어야 한다. 입장료 인상은 그 논의의 출발점일 뿐, 해답은 요금표 바깥에 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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