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개봉하는 영화 '만약에 우리'는 이 한 문장을 결말의 고백으로만 쓰지 않았다. 관계가 지나간 뒤에야 꺼낼 수 있는 감사와 인정의 감각을, 처음의 설렘과 끝의 후회 사이에 오래 남겨두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래서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의 뼈대를 따라가면서도 시간 속에서 변해가는 마음의 결을 더 오래 바라본다.
'만약에 우리'는 2018년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가 원작이다. 만남, 이별, 재회로 이어지는 시간의 축을 서사의 중심에 둔 작품이다. 원작의 구조는 가져오되 감정이 놓이는 환경의 결을 한국의 공기 속으로 옮겨 심으며 같은 질문을 다른 온도로 되묻는다.
이야기의 출발은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은 작은 실수와 사과로 한 순간에 가까워진다. 산사태로 도로가 막히며 여정이 지연되자 두 사람은 움직이지 못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우연한 만남과 기다림이 만들어낸 틈을 통해 감정의 발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사랑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같은 문장 안에 설렘과 현실이 섞여 들어간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감정은 선명해지고 이 감정을 둘러싼 바깥의 공기도 함께 짙어진다. 이 작품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은 사랑을 비관하거나 미화하는 대신 사랑이 놓이는 자리의 온도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
|
영화가 선택한 감정의 핵심 장치는 '가정법'이다. "만약"이라는 질문은 더 좋은 결말을 상상하게 하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지나간 시간의 무게를 선명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쌓일수록 말은 커지기보다 단단해지고, 감정은 폭발하기보다 오래 눌러 앉는다.
엔딩에 이르면 "모든 걸 다 받았어"라는 은호의 대사는 관계가 지나간 시간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남는다. 무엇을 더 붙잡지 못했는 지보다 그럼에도 무엇을 지우지 않겠다고 말하는 문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관객은 자연스럽게 지나간 사랑과 인연을 떠올리게 된다. 끝난 관계에서 끝내 놓지 못한 말 하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도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는 장면 하나가 문득 따라올 것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