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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7곳, 노동이사제 의무 불이행… “노조와 사각지대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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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5. 12. 26. 06:00

도로교통공단·장학재단·장애인고용공단 등 7곳
노동이사제 도입 3년째, 노조 등 이유로 미이행
“의무 미루며 기관·노조 공운법 사각지대 악용”
이재명 국정과제 발목, 경영평가 체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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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를 지닌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가운데 뚜렷한 이유 없이 선임을 미루고 있는 기관이 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시행된지 3년이 지났지만 불이행 기관을 강제할 관련 규정이 없어,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인 노동이사제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2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노동이사제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도입 의무를 지닌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88곳 가운데 노동이사를 선임해 활동하고 있는 기관은 총 74곳으로 집계됐다.

노동이사제란 추천이나 투표 등으로 선출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기관의 중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경영 제도로, 2022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관련 법안 개정으로 대기 중인 국민연금공단 등 7곳을 제외한 기관 중 아직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장학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연구재단 등 총 5곳이다. 한차례 선임 이력이 있는 한국부동산원과 한국국제협력단의 노동이사 자리 역시 현재 1년 넘게 공석인 상태다.

부처별로 보면 경찰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산하에 각각 1개 기관들이 노동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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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교통공단 전경./한국도로교통공단
해당 기관들은 아직도 노동이사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도로교통공단은 노조의 추천이 없어 공모 진행이 어렵고, 장학재단·장애인고용공단·사회보장정보원은 내규를 제정 중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내규 개정이 완료된 연구재단과, 부동산원·국제협력단 역시 뚜렷한 이유 없이 선임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기관 관계자는 "지연 이유를 물어보면 노조 추천이 없어 노동이사 선출이 안 되고 있다는 핑계를 대는 곳이 많다"며 "공운법 상 노동이사 선임은 노조의 과반수 이상의 추천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관과 노조가 함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발표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확대 및 활성화 계획이 담겨있다. 노동계는 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노동정책에 큰 폭의 변화가 예고되면서 제도 활성화에 기대감을 가졌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확대 논의 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관이 공운법에 명시된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벌칙 조항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임된 노동이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은 물론, 제도 운영 방식 역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노동이사들이 궁여지책으로 자체 협의회를 구성해 제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동이사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벌칙과 같은 부정적 방식 보다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선을 통해 가점을 도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ESG 거버넌스 내에 이사회 운영 상황을 보다 세밀히 평가할 수 있는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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