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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65]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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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25. 18:03

(65) 상생 그림
상생.
우리집 근처에는 키 큰 나무들이 제법 있다.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던 무성한 잎들은 가을이 되면 이불처럼 수북이 쌓여 낙엽의 푸근함을 전한다. 낙엽 사이로 새싹 하나가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로제트(Rosette) 형태를 취해 겨울을 나는 두해살이 잡초인데, 너무 어려 냉이인지, 지칭개인지, 뽀리뱅이인지, 방가지똥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어린 싹을 덮고 있는 낙엽을 보니 흡사 아이의 추위를 보살펴 주는 엄마의 치마품 같다.

식물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때론 상생(相生)하고 공생(共生)하면서 서로의 생존을 돕고 번식을 이어가게 한다. 논에서 시기를 달리해 살아가며 서로 영양분이 되어주는 벼와 잡초 뚝새풀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적인 환경보존학자 조셉 코케이너에 의하면 감자밭의 잡초 명아주는 감자와 60㎝ 정도 떨어져 자라면서 생산량 증가에 주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범위를 넓혀 살펴보면, 잡초들은 이 생태계가 유지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서로 먹이가 되어주고 번식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잡초와 곤충의 상생관계가 대표적이다. 잡초는 흙을 살리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경쟁이 아닌 공생, 공생을 넘어서는 상생…. 한 해가 저무는 연말에 잡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위대한 조화를 보며 우리 인간의 현재 모습을 되짚어 본다. 보더 더 겸허해지자. 보다 더 따뜻해지자. 보다 더 나누며 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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