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지아·버지니아 승부처서 '공공요금 전쟁'으로 승기
WP "물가 하락, 경기 침체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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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은 인공지능(AI) 혁명이 초래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인 '에너지 비용 급등'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권자들은 피부에 와닿는 생활비 위기에 분노하면서 정치적 심판에 나서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물가 하락' 요구가 자칫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디플레이션의 덫'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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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북부와 조지아주 등 미국의 핵심 경합주 주민들은 집 주변 숲이 사라진 자리에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이 앞다퉈 짓고 있는 AI 데이터센터들 때문에 가정용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력 회사가 일반 가정 수만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을 확충하고,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가정용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과거 인플레이션의 상징인 마트 진열대의 '계란 한 판' 가격이 이제는 매달 꼬박꼬박 날아드는 '공공요금 고지서'로 대체됐다고 초당파적 단체 파워라인스의 찰스 화 사무총장이 평가했다.
문제는 식료품은 싼 것으로 대체하거나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냉난방과 조명은 줄이는 데 한계가 있어 전기요금 급등이 유권자들에게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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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민심의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11월 4일 뉴욕시·조지아주·버지니아주 등에서 치러진 지방 선거에서 승리했는데, 그 비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향한 '민주주의 위기론'이나 '낙태권'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니었다.
민주당 후보들은 "왜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료를 당신이 대신 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공화당 지지자인 바바라 레만(66)은 NYT에 "전력 회사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면 그 비용은 소비자가 아닌 자신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민주당이 조지아·버지니아주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공공 요금과 생활비 부담 완화에 집중했다며 전기 요금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내년 중간선거의 전술(playbook)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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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전기요금 인하로 표심을 잡으려 할 때, 유권자들은 단순히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하락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가격 하락이 경기 침체(recession)를 예고하거나,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WP는 전했다.
프란체스코 비안키 미국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장은 최근 수년간의 인플레이션으로 임금이 상승한 상태에서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지급할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고, 노동자 고용 비용이 급증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고, 이는 더 큰 가격 하락 기대를 낳을 수 있다며 "이것이 경제학자들이 디플레이션을 매우 우려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로라 벨드캄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경기 침체가 유발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녀는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수요는 급감하고, 즉시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 하락은 일반적으로 매우 심각한 부정적 결과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막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최대 고용률을 유지하고,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 금리를 조정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다.
벨드캄프 교수는 "연준이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 속도를 멈출 만큼 경제를 충분히 둔화시킨 것을 보고 기쁘게 놀랐다"며 "이는 매우 드물고,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인플레이션 안정화 사례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