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투자자 오해 요지 충분...미래에셋과 헷갈릴 정도"
상품 베끼기 이어 광고까지 베끼는 관행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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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ETF로 미국투자하는 이유!"
"000 ETF로 투자하는 이유"
"설정 이후 128% 누적수익률까지"
"설정 이후 1400% 누적수익률까지"
"000 미국 S&P 500 ETF"
"000 미국 S&P 500"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과열로 자산운용사간 경쟁이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수수료 인하 경쟁과 상품 베끼기에 이어 마케팅까지 베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품명이 없다면 유사성이 너무 짙은 해당 문구들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미국 S&P 500' ETF 광고다. 업계선 "투자자들의 혼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S&P500 지수에 투자하는 것도 같기 때문에 사실상 투자자들 입장에선 크게 다른면을 못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서 자산운용사간 상품 베끼기와 수수료 인하 경쟁에서도 금융당국은 물론 협회 또한 크게 개입하지 못했다. 업계간 정도를 지켜야 한다는 자율 의사에 맡겼던 탓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서로간 베끼기의 정도가 지나친 상황이기 때문에 중재 역할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KODEX 미국S&P500 ETF' 광고를 시작했다. 삼성자산운용의 해당 ETF 광고 문구는 "미국투자하는 이유"로, 해당 문구 좌우로는 'KODEX 미국 S&P 500 ETF', 'KODEX미국나스닥 100 ETF'가 적힌 상자 디자인이 자리한다.
문제는 해당 디자인과 문구가 한 달 전 개시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0월 1일부터 "TIGER ETF로 투자하는 이유"라는 문구로 광고를 시작했는데, 해당 문구 양 옆으로는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이 적힌 상자 디자인이 자리한다. 여기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설정 이후 1400% 누적수익률까지" 라는 문구도 삼성자산운용의 광고("설정 이후 128% 누적수익률까지")와 유사하다.
회사를 상징하는 색깔만 다를 뿐 사실상 디자인과 문구의 유사성은 100%에 가까운 수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부터 'TIGER ETF'광고를 유튜브와 지하철 2호선, 신분당선 및 주요 거주지역 엘리베이터 내 화면 광고로 시작한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도 해당 광고를 이달부터 개시하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광고하고 있는 채널도 똑같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ETF'광고를 유튜브와 지하철 2호선, 신분당선과 엘리베이터내 화면 광고로 개시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선 삼성자산운용의 광고 베끼기 논란을 두고 벤치마킹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하고 있다. 그간 두 자산운용사간 자존심 싸움은 계속돼 왔지만, 마케팅까지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대형사다. 이날 기준 '국내'순자산총액 규모로만 따져보자면 삼성자산운용(106조원)이 1위, 미래에셋자산운용(90조원)이 2위다. 다만 글로벌 순자산총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6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전체 ETF시장 규모를 웃돈다.
상품별로 운용규모를 따져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 S&P500'이 국내 ETF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다. 해당 상품의 시가총액은 11조 4345억원으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의 시가총액인 6조 50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업계선 상품에 이어 광고까지 유사하게 함으로써 투자자의 혼란을 야기하려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 초에만 하더라도 금융당국에서 자산운용사들의 과도한 수수료 전쟁과 마케팅 비용 등에 대해 우려하고 나섰으나, 수개월만에 과도한 광고 베끼기로 다시 업계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나 협회측에서도 이같은 마케팅 광고의 유사성을 두고 적정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사 대상인 광고 문구만 적정하다면 승인하는 구조인데다 '제2의 월급'과 같은 투자자의 오인을 일으킬만한 문구가 없다면 문제를 지적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선 그간 암묵적으로 '상품 베끼기'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았는데, 광고 문구와 채널까지 베끼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업계간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고 규정상 문구를 비슷하게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삼성자산운용의 이번 'KODEX 광고'는 누가봐도 너무 똑같아 보인다"면서 "문구나 디자인이 너무 똑같으면 투자자들의 오해 소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