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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80주년 기획] 한미동맹, 첨단기술·경제안보 결합 ‘실용적 전략동맹’으로 재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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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승인 : 2025. 08. 13. 17:39

동맹 환경 변화로 미국으로부터 능동적 역할 요구받아
한미동맹 실용적 전략 동맹체제로 재설계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안정성 기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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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복잡하게 재편되고 있다. 미·중 경쟁이 본격화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는 한편 국제 분쟁과 기술 패권 경쟁 전선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 군사 위협뿐 아니라 공급망, 사이버, 우주 영역까지 안보 범위가 확장되면서 과거와 같은 단일 축의 안보 해법은 효력을 잃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기치로 내걸며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외교·안보 노선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역내 안보와 관련해 복합적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분담금·국방비 인상 등 동맹의 압박도 극복해야 한다. 안보 분야 원로들은 한미동맹을 '실용적 전략 동맹'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미동맹은 1953년 체결된 상호방위조약을 바탕으로 70여 년간 한반도 안보의 핵심 축으로 작동해왔다. 냉전 시기에는 '반공의 방파제', 2000년대 이후에는 '전략적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하며, 양국은 군사·외교·경제 영역에서 긴밀히 협력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동맹 환경은 과거의 일방적 안보 의존 관계와 다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세계 5위 국방력을 갖춘 국가로 성장했고,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다자 안보 구도를 중시하면서 동맹국의 능동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미동맹은 전통적 초점(북핵 억제·한반도 방어)과 미 전략의 광역화(중국 견제·인도·태평양 임무 확대)가 충돌하면서 동맹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에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역할 변화 △전작권 전환 등의 화두를 던졌다. 한국은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대응해 안보의 실효성은 높이고 전략적 자율성과 경제적·기술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미동맹이 실용적 전략 동맹 체제로 재설계될 경우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성은 물론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자율적 정책 능력도 크게 강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당시 우리나라 국방장관으로서 방위비 협상 등을 맡았던 정경두 전 장관은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군사력도, 경제력도 크게 성장했다.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핵우산을 미국이 그대로 유지해준다면 한미간 정치적인 관계나 우려도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 생각한다"며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이나 국방비 증액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과도하게 한꺼번에 올릴 순 없지만 첨단군사 기술을 확보하는 조건이라면 매년 조금씩 인상하면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우리 군의 군사력 증강 등 필요한 부분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군사훈련만이 동맹의 척도였던 시대는 끝났다. 첨단기술과 경제안보가 결합해야 동맹의 생존력이 커질 것이란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미가 실용적 전략 동맹을 통해 경제·기술 분야 교류를 제도화하면 중국·러시아의 경제 압박에도 공동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군사 안보를 넘어선 경제·기술 분야로의 동맹 확장은 필연적 과제가 됐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핵심 광물 등 전략 산업에서 한미가 공동의 표준과 공급망을 구축하면, 양국의 경제와 안보에 장기적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

실용적 전략 동맹으로의 체제 전환은 이달 말 개최될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단순한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양국 정부가 참여하는 상시 전략조정 포럼을 설치해 외교·국방·산업·정보 당국이 정례적으로 협력 범위와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한미의 정치환경 변화에도 합의가 유지되도록 다층적 협정(정책선언·군사합의·의회 교류)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변화된 한미동맹 체제 위에 한반도 방위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역외 안보에서 유연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조건에 의한 전작권 전환 합의 시 일익을 담당했던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전쟁기념사업회장)은 "동맹이론가인 월츠는 동맹은 인생처럼 생물변화한다고 했다. 한미동맹도 고희를 지나니 변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동맹의 역할과 공통의 대응이라는 '본질'"이라며 "본질을 빼고는 시대여건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는 북핵 위협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을 약화시키는 변화는 남북관계, 미국의 인·태 전략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백 회장은 "한미동맹은 미국의 새로운 인·태 전략에 일정 부분 논의될 것이다. 미국의 전략 내에서 우리 군의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군사태세가 약화되지 않는 입장을 관철해야 한다.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는 자세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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