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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로 반사이익”… 농심, ‘삼양 불닭’ 반격 기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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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연 기자

승인 : 2025. 08. 05. 18:04

농심, 현지 생산기지 확보 부담 적어
신라면 등 주력 상품 안정적 공급
삼양은 100% 국내생산으로 직격탄
가격 경쟁력 등에 성장세 둔화 우려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세계 시장에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식품에 15%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다.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농심은 관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미국 수출 물량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삼양식품은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식품의 대미 관세율은 지난 1일부터 기존 10%에서 15%로 인상됐다. 지난 4월 첫 부과 이후 석 달 만의 추가 인상이다. 업계는 가격 경쟁력 악화와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농심은 이번 조치로 오히려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 미국 제1공장과 제2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조달 체계를 이미 갖췄기 때문이다. 농심은 현지 공장에서 '신라면'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등 안정적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2030년까지 미국에서 매출 2조원,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해외 공략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미국 매출은 5331억원으로, 올해는 8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을 61%까지 확대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내놨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신라면 블랙' '생생우동' 등 고급 라인업을 앞세우는 한편 '신라면 툼바' 등 현지 맞춤형 제품을 출시해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 중이다. 툼바는 농심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제품으로 선정한 만큼 190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북미 내 히스패닉·멕시코계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삼양식품은 관세 여파를 정면으로 맞게 됐다. 미국에 생산 거점이 없는 삼양식품은 모든 제품을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한다. 관세 인상분을 자체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 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은 약 1353억원으로, 전체 매출 5290억원의 25%를 차지한다. 특히 수익성 높은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만큼 가격 경쟁력 약화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현재 불닭볶음면은 미국에서 봉지당 약 2100원(약 1.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관세가 반영되면 최소 10% 이상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가격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 브랜드 충성도 등을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협상을 계기로 글로벌 식품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현지 생산체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브랜드 경쟁력만으로는 가격 불리함을 극복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15% 관세는 단기 충격을 넘어 중장기 전략의 우열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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