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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운전 초보자도 제주도선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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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07. 04. 17:34

9.81파크 제주 가보니
전용 앱서 속도·순위·주행 영상 등 확인
배틀·부스터 등 게임 요소 적용해 재미↑
기록 달성 시 '마스터 레이서' 자격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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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9.81파크 제주에서 차량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장지영 기자
운전 초보자도 격렬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럴듯한 상술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초보자와 격렬한 레이싱이라...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절대 공존할 수 없는 난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만만했다.

"일단 한번 와보시라니까요"

좋다. 너희들의 자존심을 내가 뭉게주겠다. 이렇게 비장한 각오를 갖고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9.81파크를 지난달 26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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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을 마친 이용객들이 승차 플랫폼으로 복귀하고 있다./장지영 기자
2020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곳은 제주의 풍경을 감상하며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실제 현장에선 어린아이부터 어르신, 외국인 등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의 관광객들이 신나게 레이싱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레이스 9.81에선 '차량'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차량은 1인용·2인용·숙련자용 등 총 3종류며, 코스는 초급·중급·중상급·상급 가운데 이용자가 숙련도 및 선호도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기자도 레이싱에 도전했다. 먼저 차량에 탑승하기 전 9.81파크 전용 어플리케이션(앱)에서 배틀 모임을 설정해, 이날 현장 취재를 함께 온 기자들과 '누가 더 잘 달리는 지(?)'를 겨뤄보기로 했다. 차량을 기다리는 대기 줄에는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랭킹 경쟁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한껏 들뜬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배틀을 위한 준비는 간단했다. 9.81 앱을 켠 뒤 손목에 두른 '티켓 띠'를 핸드폰에 스캔하기만 하면 참여 멤버가 자동으로 등록된다.

우선 초보자 추천 코스인 GR-D에서 차량을 몰아보기로 했다. 엑셀은 없고 운전대와 브레이크만 조작하면 된다. 천천히 가던 차량에 슬금슬금 속도가 붙기 시작하며,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같은 짜릿함이 느껴졌다. 특히 코너링을 돌 때는 벽에 부딪히지 않을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9.81파크의 레이싱은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적용돼 안전 부분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5cm의 낮은 차체에 이탈 방지턱이 바퀴의 무게 중심보다 높게 설정돼 있어, 차량이 벽에 부딪히거나 뒤집히는 것을 방지해 준다. 여기에 코너를 돌 때나 내리막길서 속력이 너무 빠를 경우엔 경고음과 함께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

코스를 마치면 안내 요원들이 반겨준다. '탑승했던 곳까지 자동회차 되니 이제 핸드폰을 사용해도 된다'는 안내를 받고, 주머니 깊숙이 넣어뒀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운전할 때 미처 못 봤던 제주의 풍경을 눈과 핸드폰 카메라에 열심히 담다 보면 금세 승차 플랫폼으로 복귀하게 된다.

차량서 내리니 먼저 주행을 마친 기자들이 9.81파크 앱에서 레이싱 영상과 주행 기록, 순위 등을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각 차량에 부착된 액티비티 전용 카메라가 주행 중인 이용자의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해 놓은 점이 신선한 재미로 다가왔다.

그다음으로 중상급 코스인 GR-E에 탑승해 2코스에 올랐다. 여기서 최고 속도 39km/h 이상으로 1분 27초 이내의 기록을 달성하면, '마스터 라이선스'자격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이창혁 9.81파크 팀장은 "자격 취득률은 하루 이용객의 20% 미만으로, 이 자격을 받기 위해 재방문하는 고객들도 많다"며 "자격을 획득하면 앱 내에서 '마스터 레이서'라는 팻말이 붙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왕 온 김에 '마스터 라이선스' 자격을 획득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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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24초의 기록으로 마스터 라이선스 자격을 획득한 모습./장지영 기자
운전 면허 시험에 임하는 마음으로 주행한 끝에 1분 24초의 기록으로 마스터 라이선스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자주 했던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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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레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전용 라운지./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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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용객이 레이싱을 즐기고 있는 모습./9.81파크
마스터 레이서가 되면 일반 이용객이 이용할 수 없는 전용 라운지와 상급자 전용 코스에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일반 차량과 달리 가속력을 높여주는 '부스터' 기능이 추가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데, 주행 시 부스터 구간 직전에서 차량 핸들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순간 최대 속력이 60km/h까지 올라간다.

상급자 전용 코스에서도 레이싱을 완주하고 나니, 마치 카레이서가 된 듯한 착각마저 들며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했다. 실제로는 아직 초보 딱지도 떼지 못한 초보 운전자인 데 말이다.

한편 9.81파크 제주엔 레이싱 외에도 게임형 범퍼카 '링고', 실내 레이저 서바이벌 게임 '아레나', '프로아레나', 360도 회전하는 '하늘그네' 등 다양한 놀거리가 즐비하다. 이러한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9.81파크 제주의 연 방문객 수는 2023년 47만 여 명에서 지난해 6% 늘어난 50만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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