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통상격동의 시대: 현장에서 길을 찾다] 뜨거운 중동시장을 여는 해법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63001001601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7. 03. 17:52

양은영
양은영 (KOTRA 지역통상조사실장)
지난 몇 주 동안 열사의 중동지역에선 전쟁을 겪었다. 앙숙 관계였던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일어난 전쟁은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쳤고, 미국이 개입하면서부터 전 세계에 긴장을 높였다. 다행히 전쟁은 중단되었지만, 중동지역은 오래전부터 종교적 대립과 원유 등 자원 확보 쟁탈전 등이 뒤엉켜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이다. 산업화와 자유무역이 확대되면서 유럽과 아시아 사이 물품과 사람이 오가는 뱃길과 뭍길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의 중요성도 이 지역을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흔히 중동지역이라고 하면, 사막과 뜨거운 날씨를 연상하게 되지만, 반면 부르즈 할리파 같은 초고층 건물도 떠올리게 된다. 대조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현재 중동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투영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사우디와 UAE와 같이 강력한 왕정이 유지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튀르키예와 이집트 등에서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다. 한편 이란은 이슬람 공화제라는 독특한 형태로 정교일치 사회를 표방한다. 사우디, 쿠웨이트, UAE, 카타르 등은 원유와 가스를 보유한 자원부국이지만, 레바논이나 요르단에서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엄격한 종교율법을 지켜야 하는 곳이 있는 반면, 전 세계 무역이 들렀다 가는 자유기항으로 자리 잡은 국가도 있다.

그러나 제각기 다른 중동 국가들도 미래상은 공통점이 많다. 매장되어 있는 자원으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것이다.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 육성,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물류허브 조성, 미래의 주도권을 위해 AI 및 디지털 투자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석유를 파는 국가들인데도 청정에너지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사우디, UAE 등은 아랍권 문화라는 고정문화를 탈피하여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만들겠다며 게임, 스포츠, 관광산업 육성에도 진심이다. 사막의 나라 사우디에 인공 스키장이 조성된다니 말 다했다.

생각해 보면 중동의 경제 및 산업의 변화에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함께해 왔다. 1970년대 중동이 오일머니를 활용해 경제개발을 하려고 할 때 우리 건설기술과 인력이 큰 몫을 했다. 2000년대 중동의 석유정제 등 플랜트 확충 붐에서는 우리 수출이 효자 노릇을 했다. 이 플랜트 수출로 구축된 중동 주요 산유국들과의 우호적 관계는 안정적으로 원유 등 자원을 확보하는 길을 열기도 하였다.

최근 중동지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은 자원이나 에너지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동지역 최초 전기차 공장, 사막의 기후위기를 예방하는 AI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 모래 위 농장을 짓는 스마트팜 등 첨단 기술이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헬스케어, 에듀테크 등 중동 지역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선두에 있다. 과거 중동 건설현장 근로자 파견이 우리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나갔듯이, 이제는 그들의 미래 성장을 함께하며 우리의 미래도 함께 키워나가는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정부의 대중동 경제협력 및 통상전략은 '실리'와 '협력'이 주요 주제다. 한-GCC(걸프협력회의) FTA와 한-UAE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는 모두 협상을 타결하고 발효까지 마지막 단계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데, 관세를 인하하여 상호 교역을 촉진하자는 내용과 함께 에너지·자원, 공급망, 환경, 문화콘텐츠, 보건, 관광 등 다양한 경제사회 분야에서의 협력 추진을 함께 담고 있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하여 협력의 범위나 분야가 넓고, 중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먼저 협정이 체결된 것이어서 시장선점 효과가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원전, 수소경제, 인프라, 방산, 디지털 서비스 관련 기업들의 활발한 비즈니스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와 중동 주요국은 연 2~3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산업과 경제분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토대를 마련해 왔다. 톱다운식 의사결정이 많이 이루어지는 이 지역의 특성상 정부 최고위층의 협력의지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지정학적 위기 속 국방과 안보의 자립화를 위해 방산협력을 제의하는 나라도 있고, 우리 기술의 스마트팜을 조성하여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는 나라도 있다. 최근 두바이 경찰청이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의 디지털 기술기업을 초청하여 상담회를 개최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사례는 그간 다양한 협력과 통상채널이 가동되어 온 성과가 아닐까 한다.

산업다각화로 일자리가 늘어나서 인구가 늘어나는 중동 소비시장에서 한류는 열풍 그 이상이다. 이커머스 성장에 힘입어 우리나라 화장품, 식품, 게임 등 문화콘텐츠의 인기가 높다. 두바이 시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딸기와 포도는 프리미엄급으로 통한다. 언어와 문화가 동일한 국가들끼리 모여 있는 지역이니만큼 한 국가에서 인기를 끌면, 금방 이웃 국가들에서도 반응이 나타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뜨거운 중동시장이다. 뜨거운 날씨에 크고 작은 분쟁이 지속되는 지역이기도 하고, 우리 식품의 매운맛에 열광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공들여 쌓아 온 협력의 관계를 발판 삼아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에 더 큰 기회의 시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양은영 KOTRA 지역통상조사실장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