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평가제·통합수능도 부담…학생 자율에 교사 책임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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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4일 전국 고등학교 교사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고교학점제가 정상 운영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여건 개선이 필요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전면 재검토하거나 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어느 정도 정착됐는지를 묻는 항목에서 '여러 여건이 불비됐으나 교원의 희생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는 응답이 54.9%로 가장 많았다. '폐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31.9%에 달해, 두 응답을 합치면 전체의 86.8%, 즉 응답 교사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사실상 정착 실패를 호소한 셈이다. 반면 '비교적 정착되고 있다'는 응답은 10.5%, '안정적으로 정착됐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에 따라 교사의 다과목 지도 부담도 현실화됐다. 교사의 37.1%는 3과목 이상을 맡고 있다고 답했으며, 담당 과목이 많을수록 학생부 기재 부담, 수업 준비, 시험 출제 등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나 지역 온라인학교 운영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규 수업시간 내 운영이 어렵다'는 응답이 50.7%였고, '이동·인프라 문제'(19.5%), '학생 수요 부족'(10.5%) 등의 지적도 이어졌다.
사실상 미이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되는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에도 부작용이 드러났다. 교사들은 '보충지도 대상 학생의 낮은 참여도'와 '방과후·방학 중 지도에 따른 업무 부담', '형식적인 수행평가 운영' 등을 문제로 꼽았다.
과목별 출결 방식 도입으로 인해 특히 1학년 교실에서 혼란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결 방식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56.1%에 달했으며, 전자출결 시스템 도입이나 교사 권한 확대 등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성취평가제 확대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고교서열화 심화와 내신 무력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응답이 47.7%로, '적극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20.5%)을 크게 웃돌았다.
2028학년도 수능의 선택과목 폐지에 대해서는 '수업에서 배제되는 과목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이 59.9%로 과반을 차지했다. 대입 전형별 모집 시기를 3학년 2학기 말로 통일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찬성(49.8%)이 반대(41.9%)보다 많았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는 교사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생의 학습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