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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中 CCTV 앵커, 늘 처벌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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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05. 22. 20:08

CCTV는 中의 자랑인 국영 방송
앵커 위상은 완전히 상상불허
영광 만큼 책임도 따라, 전전긍긍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중국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앵커라는 자리가 누구나 앉고 싶어하기는 하나 늘 처벌에도 전전긍긍해야 하는 '독이 든 성배'라는 사실이 최근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한마디로 말해 앵커가 화려한 극한 직업이라고 단언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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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의 앵커 A 씨가 방송을 했던 때의 모습.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CCTV 화면 캡처.
중국 방송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22일 전언에 의하면 CCTV의 위상은 진짜 상상을 불허한다고 해도 좋다. G2 국가의 유일무이한 국영 TV 방송국인 만큼 진짜 그럴 수밖에 없다. 극소수의 구성원들인 앵커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야말로 14억 명을 대표하는 중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웬만한 연예인들은 저리 가라고 해도 괜찮을 위상을 분명히 자랑한다.

앵커가 됐다 하면 명예에 합당하게 경제적으로도 괜찮은 삶은 살 수 있다. 중국에서는 개런티가 장난이 아닌 외부 행사를 뛰는 것에 대한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이런 영광의 주인공이 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반드시 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꼭 성직자와 같은 도덕적 삶을 살 필요까지는 없으나 만약 그렇지 못하거나 용인이 불가능한 실수를 저지를 경우 도래할 혹독한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자의 반, 타의 반 물의를 일으키면서 영광을 뒤로 한 채 일거에 몰락한 케이스들 역시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한때 간판 앵커였던 루이청강(芮成鋼·48)이 당했던 횡액을 꼽을 수 있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출신인 그는 1995년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가오카오(高考)에서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대학도 베이징이나 칭화(淸華)대학 못지 않은 와이자오(外交)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외교관 대신 CCTV의 기자로 일하면서 파격적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곧 CCTV의 간판급 앵커로 가볍게 올라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필두로 한 전 세계 정상들과 수많은 인터뷰를 가지는 기염도 토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인기를 주체하지 못한 채 수많은 당정 고관들의 부인들과 함께 즐긴 방종한 생활은 분명 건너서는 안 될 강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만인의 연인'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그는 이 일로 처벌받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부도덕한 삶이 당국의 혹독한 처리와 처벌을 피하지는 못했다. 2014년 7월 간첩 혐의로 별건 체포돼 약 2년 동안 조사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이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6년 형도 선고받았다. 결국 그는 2015년 8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오랜동안의 수감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가 개인적으로는 몹시 재수 나쁜 역사상 최악의 CCTV 앵커로 불리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최근 그의 케이스와는 한참이나 성격이 다르기는 하나 한 여성 앵커가 처벌의 위기에 직면해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아직 이름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여성 앵커인 A 모 씨로 당국이 펄쩍 뛸 결정적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녀는 지난 20일 CCTV의 생방송 간판 프로그램인 '궁퉁관주(共同關注)'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대한 자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입장을 전하면서 '쭈궈(祖國)'를 '량궈(兩國)'로 잘못 발음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원래 발표문은 "대만 지도자가 무슨 말을 하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조국의 통일 역시 막을 수 없다"라는 내용이었으나 쭈궈를 량궈로 읽은 것이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 발음 실수는 중대한 방송 사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 씨가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지했다는 사실이었다. 발음 역시 정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에 몹시 당황한 듯 이후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말을 더듬는 모습도 잦아졌다.

현재 해당 방송 영상은 CCTV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누리꾼들이 "그 앵커가 뉴스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인생이 망가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 전직 CCTV 앵커는 "CCTV는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 방송 사고를 A부터 D까지 4단계로 분류한다. A급 실수로 판단될 경우 곧바로 사직 처리된다"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전하고 있다. A 씨가 A급 실수를 저지른 만큼 사직 처리된 후 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는 얘기가 아닌가 보인다. CCTV 앵커가 극한 직업이라는 사실은 절대 괜한 말이 아닌 듯하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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