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 중시·승진 정체 등 문제
전문가들, 해결책 '경력 기회 제공'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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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더선데일리 등은 2022년 세계이주보고서를 인용해 2020년 한 해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의 약 5.6%가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평균치(약 3.6%)보다 높으며 상당수가 의학, 과학기술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고학력자다. 또 2010년 이후 정부가 지원한 장학생 중 약 6분의 1이 해외 취업 후 귀국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유출을 막기 위해 2011년부터 전문가 귀국 프로그램(Returning Expert Programme, REP)을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5년간 고정 세율(15%) 적용, 외국인 배우자 및 자녀의 영주권 신청 자격 부여, 최대 10만 링깃(약 3000만원) 가격의 차량 구매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도를 시행한 이래 지난해 6월까지 REP를 통해 귀국한 이는 4673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인센티브보다 장기적 경력 개발 기회 제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낮은 임금'이 두뇌 유출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 왔다. 올해 말레이시아 최저임금은 월 1700링깃(약 50만원)으로 싱가포르, 호주, 미국, 영국 등 주요 이주국에 비해 낮다.
과학기술대학교(MUST)의 경제학자 제프리 윌리엄스 교수는 "말레이시아 인재들이 떠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경력 정체와 승진 기회 부족"이라며 "고위직을 기성세대가 장기간 독점하고 실력보다는 연공서열 중심으로 승진하는 체계가 문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 경력 개발 기회의 부족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랜드스타드 말레이시아가 전 세계 32개국 16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고용주 브랜드 조사'에서 말레이시아인 응답자 2529명 중 약 85%가 기술 향상과 재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약 24%는 고용주로부터 충분한 교육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고용주연합(MEF)은 최근 기업들이 명확한 경력 개발 경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셰드 후세인 MEF 회장은 "직원 능력을 기반으로 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과 중심의 승진 체계 도입을 촉구했다.
MEF는 지난해 6월부터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로 진보적 임금 정책(Progressive Wage Policy, PWP)을 추진 중이다.
이 정책은 직원의 기술 습득과 성과 향상에 따라 임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러나 정책 인지도와 인센티브 부족으로 지난해 11월 까지 MEF가 조사한 236개 기업 중 단 5곳만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해외의 높은 생활비를 감안하면 단순 임금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가 젊은 인재들에게 실질적인 경력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을 조성하면 인재 유출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말레이시아 사립 교육기관 협회(NAPEI)의 테 초인 진 사무총장은 "현 세대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성장과 의미 있는 직무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말레이시아가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경력 개발 환경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