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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칼럼] 대선에 파묻힌 법치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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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17. 18:03

김상겸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인용되면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통령직은 공석이 된다.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면 국무총리와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은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공고하도록 함으로써, 21대 대선이 시작되었다. 대통령제를 정부형태로 채택하고 있는 헌법에서 대선은 어떤 선거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원수로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와 함께 입법·사법과 더불어 국가권력의 한 축인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지위도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대선은 대한민국 대의제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선거이다.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은 대선 후보 선출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지난해 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시작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탄핵심판, 그리고 탄핵결정에 이르기까지 발생했던 공권력 행사의 위헌·위법적 혐의 등도 대선이란 강력한 이슈 속에 파묻혀 버리고 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서 다른 사건들의 재판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란 국가의 중요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하여도 국가의 운영에는 차질이 없어야 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 관세를 부과하며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하였다. 이런 전쟁에서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국가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오늘날 국가 간의 경쟁은 무한 경쟁으로 국력을 총동원한 총력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정치권의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법치국가의 핵심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필수적인 것은 국가권력의 집중을 배제하고 국가권력 간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법치국가를 지탱하는 원칙 중에 하나인 권력분립원칙은 견제와 균형을 추구한다. 국가권력은 상호 견제를 통하여 균형을 이루어야 법치를 실현하게 된다.

이번 탄핵정국에서 나왔던 이슈 중에는 87년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나온 개헌이 주목된다. 그동안 개헌 문제는 2000년대에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유로, 2010년대 이후에는 시대에 상응하는 헌법의 내용을 이유로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것은 개헌 문제는 과도한 입법권의 행사로 인한 입법 독주가 이유였다. 과거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던 국가권력 간의 불균형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고 있다. 이외에도 헌법은 헌법재판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두 헌법기관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헌법심을 담당하는 사법적 기능을 하는 재판기관이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관리 등을 담당하는 행정적 기능을 하는 행정기관이다. 그런 점에서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하여도 삼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은 아니다.

현행 헌법이 기본권 부분보다는 국가권력 부분에 견제 기능이 균형으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탄핵정국에서 개정 문제가 등장한 것으로 본다. 현행 헌법은 9번째 개정헌법으로, 개정된 지 무려 40년이 되어간다. 오랜 기간 개정되지 않고 운영되었다는 점에서 현행 헌법이 가진 장점도 있지만, 심각한 문제가 나타난 이상 과거보다도 개정의 필요성이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개정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제 모든 관심이 대선에 집중될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선보다 더 중요한 선거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선이 대의제민주주의의 실현이란 점에서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국가의 일임을 분명하다. 그렇지만 법치국가로서 법치를 확립하는 것도 국가의 존립과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미래를 위하여 중요한 일이다. 지난 탄핵정국에서 불거진 각종 위헌·위법에 대하여 철저한 수사와 공정한 사법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 법치주의는 형식적 법치주의가 아니라 국가권력이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고 국민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이다. 국가권력은 국가와 국민에 대하여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 입법은 정당하고 합헌적 법률을 만들어야 하고, 행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법률을 집행해야 하며, 사법은 공정하게 법을 적용하여 절차적 정의를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는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 않으려면 국가권력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법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자유민주주의도 공화주의도 허상에 불과하다.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권력은 국가와 국민에 대하여 책임과 의무를 지는 것이다. 대의제민주주의는 법치주의에 의하여 실현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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