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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젤렌스키 ‘모욕’, 대서양 동맹 균열 징후...‘유럽 자강론’ 한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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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3. 04. 14:05

WSJ "전후 나토 동맹 타격"
전 나토 사령관 "나토 마지막 가능성"
일론 머스크, 나토·유엔 탈퇴 옹호
마크롱 '유럽 자강론' 탄력
차기 독일 총리 "유럽 방어 능력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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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안전보장 없는 종전에 반대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모욕'하고, 예정된 일정까지 취소하면서 백악관에서 쫓아낸 것은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균열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방의 도움이 필요한 우방국 우크라이나의 안보 우려를 일축하고, 러시아의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편을 드는 것으로 많은 유럽 동맹국이 간주하는 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질서의 중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평가했다.

영 프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부터)·키어 스타머 영국총리·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총리가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 강화를 위한 비공식 정상회의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 트럼프의 젤렌스키 모욕, 대서양 동맹 균열 시작 징후
WSJ "전후 질서 중심 나토 동맹에 타격...미, 최대 정책 전환 사건"

나토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75년 전인 1949년 4월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했는데,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으로 공격을 받는 유럽 동맹국들을 방어할 것이라는 나토의 기본 가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전후,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1세기 전(1922년) 소련 건국 이후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러시아 정권에 대한 미국의 전통적인 경계심을 거부하고, 푸틴의 편에 서서 러시아 관계를 맺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유럽 정상은 푸틴의 러시아를 여전히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유럽 동맹국 다수는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 종전 '거래'로 유럽 안보가 강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러시아가 군사·경제·글로벌 위상을 재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정상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질책당한 후 백악관을 졸지에 떠난 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정부의 최대 정책 전환이라고 일부가 보는 사건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젤렌스키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 블룸버그 "트럼프, 우크라 군사원조 전면 중지 지시"...로이터 "대러 제재 완화 목록 작성 지시"
전 나토 사령관 "나토 마지막 날들 될지 몰라"

미군 해군 제독 출신인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나토 사령관은 WSJ에 "나토의 마지막 날들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며 대서양 동맹이 "붕괴 직전이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나의 오랜 군 생활 중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알력 소리가 들리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전면 중지할 것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고, 대(對)러시아 제재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3일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는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미국이 현재 제공 중인 모든 군사원조를 멈추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운송 중인 무기나,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물자를 포함해 이미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지 않은 모든 군사원조가 멈추게 된다고 이 관리는 설명했다.

아울러 로이터는 미국 관리와 소식통을 인용, 백악관이 대러시아 제재 가운데 완화할 수 있는 목록 초안을 마련하라고 국무부와 재무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푸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 트럼프 최측근 일론 머스크, 미국의 나토·유엔 탈퇴 옹호...헤그세스 국방장관, 주유럽 미군 일부 철수 계획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의 창립 조약 5조인 상호방위 조항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지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의 나토 및 유엔 탈퇴를 옹호하는 글을 올린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가장 잘 대변하는 구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1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유럽 주둔 미군 일부 철수 계획을 언급했다고 WSJ이 지난달 20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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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해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시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3일(현지시간) 베를린 당사 '콘라드 아데나워 하우스'에서 당 지도부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AFP·연합뉴스
◇ 마크롱 '유럽 자강론' 탄력...메르츠 차기 독일 총리 "유럽 자체 방어 능력 구축해야"
프랑스 총리 "우크라 안보·대서양 80년 동맹 희생"

이에 유럽 지도자들은 나토 대안에 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던 2018년 8월 "유럽이 자신의 안전보장을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유럽 자강론'을 주창해 왔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방안으로 평화유지군 파견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23일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해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시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외교적 해결책을 약속하라는 압력을 받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 논쟁을 백악관에 의해 '조작된 격화(escalation)'라고 평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메르츠 대표는 "우리는 이제 유럽에서 자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4일 베를린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유럽은 정말로 자정까지 5분 남았다"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서 '미국 단독주의(America alone)'로 나아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대응해 유럽의 자체 방어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의회에서 백악관 충돌로 우크라이나 안보, 유럽과 미국의 80년 동맹이라는 '두 희생자'가 생겼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굳건히 버텨준 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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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 본부에서 유럽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관한 전략적 대화의 일환으로 유럽 자동차 업계 대표들과 회의를 마친 후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스타머 영국 총리·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의지의 연합' 구축 주도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힘에 의한 평화 위해 국방력 대폭 강화해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일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 강화를 위한 비공식 정상회의를 주재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늘리고,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 지상군을 포함한 군사 자산을 투입하는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구축하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의지의 동맹'은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한 동맹국들을 가리켜 쓴 표현이다.

이 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가 5일 경제·군사 원조로 우크라이나를 요새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방위비 지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몇몇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무조건 국방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는 지속적인 평화를 원하지만, 이는 오직 힘 위에서만 구축될 수 있으며 힘은 우리 자신의 강화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일론 머스크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해 지난달 20~22일 미국 워싱턴 D.C. 근교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진행된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관료주의와 함께 주요 주적으로 지목된 글로벌주의자의 대표격으로 표적이 된 인물이다.

폴란드 민주화 운동의 영웅인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 등 전 정치범 수십명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공포와 혐오감'을 느꼈고, 미국의 지원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표하라는 요구가 불쾌했다고 지적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국방 나토 사무총장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월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EPA·연합뉴스
◇ 유럽, 현대전용 시스템·장비 역량 부족, 미군에 의존

하지만 '유럽 자강론'이 현실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안보보장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의지의 연합' 구상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머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정보·감시·정찰·지휘통제·방공·중(重)공수 시스템 등 유럽이 약한 부분에 핵심 미군 자원이 기여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WSJ은 전했다.

유럽 나토 회원국들은 잠재적인 우크라이나 작전과 유럽 자체 방어를 위한 현대적 군사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과 장비, 즉 군사 전술가들이 말하는 '지원(enablement)' 역량을 갖추지 못했는데, 이에는 자체적인 투자 부족과 이러한 시스템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오랜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지금까지 나토의 전통적인 분업 체계에서 유럽은 대규모 병력을 제공하고, 미국은 연합군을 위한 정교한 시스템과 응집력(cohesion·다양한 연합군의 조정·통합 능력)을 책임져왔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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