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31일 국가 비상사태를 6개월 더 추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국영MRTV는 비상 통치 연장을 발표하며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안정과 평화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발표는 쿠데타 발생 4주년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지난 2021년 2월 1일 그 전해 치뤄진 총선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을 빌미로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과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이끌던 민선정부를 전복시켰다.
이후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며 장기 통치를 정당화해오고 있는데 이미 헌법에 규정된 횟수를 넘긴 상태다. 미얀마 헌법에서는 비상사태는 기본적으로 1년간 유지하되 이후 6개월씩 2차례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6개월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군부는 올해 중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된 바 없다. 총선 준비를 위해 지난해 인구조사를 실시했지만 저항세력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등의 저항에 막혀 제대로 된 현장 조사가 실시된 지역은 전국 330개 타운십 중 145개 타운십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번 비상사태 연장으로 올해 상반기에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쿠데타 발생 4년이 지난 미얀마는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군부에 맞서 곳곳에서 무장투쟁을 벌이며 전국이 내전 상태에 빠졌다. 유엔(UN)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충돌로 약 300만 명이 피난민이 됐고, 식량 문제가 더해지며 미얀마 인구의 3분의 1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로 내몰렸다. 유엔은 "미얀마 내전이 이미 경제를 황폐화시키고 있으며 올해 여름까지 150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는 군부가 실시하는 총선을 저지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군부의 선거관리위원회 저지, 다른 무장 단체와의 긴밀한 협력 등을 통해 저항세력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군부가 선거를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부에 맞서고 있는 주요 반군 집단인 카렌 민족 연합과 카렌니 민족 방위군 역시 총선에 반대하며 군사 작전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전문가들은 반쪽짜리 선거로 정통성을 얻으려는 군부와, 이러한 총선을 저지하려는 반대 세력의 저항이 맞물리며 폭력과 유혈 사태가 확산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은 미얀마 군부에 "선거 실시가 우선순위가 되어선 안된다"며 모든 당사자 간의 대화와 적대적 행위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