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차기대선 경쟁 후보에게서 나온 발언이지만 '당에 충성 안 하는 용병'이라는 소리는 한 대표에게도 뼈아픈 일침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김건희 여사 논란이나 의정 갈등 등 현안을 놓고 한 대표가 '자기정치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만 강조하다 보니 사사건건 대통령과 어깃장을 놓는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명품백 수수사건과 관련해 여권 내 친한계(친한동훈계) 의원들이 잇따라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대통령실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3일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당에서도 생각들이 많을 것이고 국민들이 보시는 시각도 다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시각'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김 여사와 명태균씨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주고받은 메시지에 대해서도 "제 생각보다 여러분의 생각이 중요한 거 아니겠느냐"고 말해 야권에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정국주도권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비치는 모양새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친한계인 정성국의원은 2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여러 부분에서 리스크가 커지고,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온다면 대통령실에서 (먼저) 여당 대표를 만나야 되겠다는 시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먼저 굽히고 들어오라는 식의 요구인데 이는 오히려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한 대표는 대권주자를 꿈꾸는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과 손을 잡고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 임기가 아직 절반이 남았는데 당정 지지율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는 윤·한 갈등이 적잖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4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과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여사 공격 등에 총력전을 펼 태세다. 이런 야당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먼저 당정 원팀 회복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