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시간) 테에네 등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중남미·카리브 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 기관인 인사이트 크라임은 보고서에서 "중남미와 카리브의 교도소가 범죄자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초만원 상태인 중남미와 카리브의 교도소는 비인간적인 수감 환경으로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범죄조직의 덩치를 키우고 결과적으로 치안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환경에 수감된 재소자일수록 교도소를 장악하고 있는 범죄조직의 협박과 회유에 넘어가 조직원이 될 가능성이 커 교도소가 범죄자 양성소로 전락하고 만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과밀화는 중남미 교도소의 최대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사상자가 속출하는 교도소 폭동이 일어날 때면 "교도소 과밀화가 수감자들의 분노를 유발해 폭동의 원인이 됐다"는 현지 언론의 분석보도가 단골처럼 등장한다.
실제로 중남미와 카리브 교도소의 수용률을 보면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된 곳이 많다. 전 세계 교정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세계교정시설개요'(WPB) 2024 통계를 보면 중남미와 카리브에는 교도소 수용률이 100%를 넘어선 국가가 수두룩하다.
지난 2021년 대통령 암살 이후부터 극심한 치안 공백에 시달리고 있는 중미 아이티의 교도소 수용률이 302%로 가장 높았다. 또 다른 중미국가 과테말라가 299.4%로 2위였고 남미국가 페루가 288%로 3위였다.
중남미 최대 규모의 초대형 교도소를 짓고 범죄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수용률도 237%로 중남미 평균보다 높았다. 경제 규모나 국토면적 등을 기준으로 남미의 양대 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수용률도 각각 174%와 119%로 수감자 수는 정원을 초과한 상태였다.
수용률이 가장 낮은 국가는 91%로 조사된 칠레였다. 하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칠레에도 과밀화 지적을 받는 교도소는 적지 않다. 칠레 아타카마교도소의 수용률은 233%, 마울레교도소의 수용률은 197%에 이른다.
칠레의 민간기관인 '공공연구센터(C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7월 기준으로 칠레 교도소의 수용률이 135%에 이른다"며 범죄가 늘면서 수용룔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인 등 강력사건이 잇따르자 지난 7월 칠레 정부는 치안대책을 놓고 긴급회의를 열었다. 당시 치안부는 "수도권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CEP는 "범죄가 늘면 교도소 수용률이 높아지고 수용률이 높아지면 다시 범죄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은 "교도소 과밀은 비단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교도소 밖 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게 각국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교정시설 수용 환경을 치안대책의 일환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