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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실적에 자만 금물”… HD현대 재정비 나선 권오갑·정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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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07. 03. 17:53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 소집
권오갑 "위기 간과 하지 말라" 당부
美 진출·中日 견제 '위기·기회 상존'
건설기계 합병·정유 회복 주요과제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HD현대그룹이 재정비를 위해 권오갑 회장과 정기선 수석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트럼프 수혜로 조선업에서 한 단계 도약하고, 심기일전해 건설기계와 정유 등 부진한 사업도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3일 HD현대에 따르면 이날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전체 회의가 소집됐다. 회의에는 권오갑 회장,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 13명이 참석했다.

회의 시작에 앞서 권 회장은 "우리가 눈앞의 실적에만 편승해 위기의 심각성을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통상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고, 시간을 초과해도 좋으니 솔직하고 진솔하게 본인들의 생각을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지금은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앞으로 닥칠 불황과 위기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힘쓰되, 외부 변수에 흔들려 너무 조급해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이 조선업 호황 등 외부 영향 덕분에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자만으로 이어질까 우려를 보인 것이다. 올해 시장에서 전망하는 HD현대의 연간기준 매출 전망치는 69조6376억원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67조7656억원)을 다시 한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선 영업이익도 매분기 1조원 이상을 내며, 총 5조원에 가까운 이익이 기대된다. 앞서 권 회장은 조선·건설기계 등 사업 선전이 본격화된 2023년에도 경영진에 "일시적인 변화로 얻은 '나쁜 이익'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회의는 특히 중국 제조업의 비약적인 성장·중동전쟁·미국의 관세 부과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장단은 각 사의 핵심 경영구상을 공유하고 연초 세웠던 사업 목표를 냉철하게 분석해 하반기 실적을 집중 점검하는 데 뜻을 모았다.

실제로 HD현대는 하반기 계열사별로 위기와 기회가 상존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으로의 조선업 진출이 활성화되면서, 발 빠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일환으로 HD현대는 지난달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협력해 현지 선박 건조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중국 시장이 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물론, 일본 역시 국가 차원에서 조선업 부흥을 추진 중이라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부각시켜야 한단 평가다. 또 조선업 분야에선 한화오션과 맞붙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 경쟁에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외에도 유럽 재생에너지 확대에 발 맞춰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시장 확대에 집중할 전망이다.

최근 발표한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을 무사히 완수하는 것도 과제다. 건설기계 시장 침체를 사전 대응하고자 단행된 이번 합병은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는 합병 후 내년 1월 'HD건설기계'로 출범한다. 동일선상에서 장기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도 구체적인 위기 대응 전략을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분기 HD현대오일뱅크는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한 3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날 권 회장은 안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며, "사장들이 직접 현장에 자주 나가 미흡한 점이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리더들의 역할과 판단이 더욱 중요한 만큼 핵심이 무엇인지, 지금의 인적·물적 자원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가장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판단해 소신을 갖고 자신있게 행동해달라"면서 "직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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