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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의 대표곡 '봉선화 연정'의 박현진 작곡가는 16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대단한 집념으로 늦은 나이에 스타가 돼 가수들에게 큰 영향을 주셨다"며 "트로트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려 준 큰 별"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가수 강진, 김흥국, 방송인 이상벽 등 빈소를 찾은 가요계 동료들은 다정다감했던 고인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 강진은 "항상 웃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맞아주시던 모습이 앞으로도 그리울 것"이라고 추억했고 김흥국은 "1989년 '호랑나비'로 활동할 당시 형님과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대결하던 사이였다"고 추억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팬들 앞에서 노래하실 줄 알았는데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가수 설운도, 김연자, 영탁, 배일호, SM엔터테인먼트 장철혁·탁영준 공동대표 등은 화환을 보내 추모의 뜻을 전했다.
고인은 소탈한 가사와 쉬운 쉬운 멜로디로 반세기 넘게 서민의 애환을 달랜 '서민의 가수'였다. 트로트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1942년 6월 경남 김해군(현 부산)에서 태어난 현철은 또래인 남진·나훈아 등과 달리 20년 가까이 무명의 설움을 겪은 대기만성형 스타로도 유명하다. 동아대 경영학과를 중퇴하고 27세 때인 1969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한 그는 1970년대 중반 밴드 '현철과 벌떼들'을 조직해 활동했지만 역시 인기를 얻지 못하고 1980년 팀을 해체했다.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건 솔로 전향 2년후 발표한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한국인의 정서에 호소하는 특유의 구성진 창법으로 가요팬의 귀를 사로잡는데 성공한 현철은 이후 '사랑은 나비인가봐' '봉선화 연정' '싫다 싫어' '사랑의 이름표' 등을 내리 히트시키며 송대관·태진아·설운도 등과 함께 '트로트 사대천왕'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 중 '봉선화 연정'과 '싫다 싫어'로는 1989년과 1990년 KBS 가요대상 시상식에서 2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는 등 최고의 절정기를 보냈다.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는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아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았다. 2007년 방송 리허설 도중 낙상 사고를 당한데 이어 2018년에는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았지만 손상된 신경이 회복되지 않고 여러 지병이 겹친 탓에 재활 훈련을 병행하며 요양 생활을 해 오다 전날 밤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8시 20분에 이뤄질 예정이며 장지는 분당추모공원 휴로 결정됐다. 유족으로는 아내 송애경 씨와 1남1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