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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개봉한 영화 '탈주'에서 규남 역을 맡은 이제훈이 연기에 대한 생각을 이처럼 말했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다. 비무장지대, 철책 반대편의 삶을 향해 생사의 선을 넘어 질주하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 사이에 벌어지는 추격전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
이제훈은 극중 내일을 향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 임규남 역을 연기한다. 오늘을 위한 추격을 벌이는 보위부 장교 리현상 역을 맡은 구교환과 호흡을 맞췄다. 이제훈과 구교환의 만남은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성사됐다.
이제훈은 2021년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구교환을 향해 손하트를 보내며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당시 이제훈은 신인 감독상 시상자로 이연희와 무대에 올랐다. 이제훈은 "만약 연출을 맡는다면 여기 온 배우 중에 함께하고 싶은 배우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구교환"이라고 말했다. 객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구교환 역시 이제훈에게 '손하트'로 화답해 화제가 됐다. 이에 이제훈은 구교환에게 '탈주' 시나리오를 보냈다.
"구교환 배우가 대중적으로 관객분들에게 인식이 된 작품은 '모가디슈'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계에 있는 사람들이 이 배우 누구지?'라고 인지가 된 것은 '꿈의 제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존재를 알고 있었죠. 처음 봤던 건 윤성현 감독의 단편영화 '아이들'이었어요. 그 작품이 있었기에 '파수꾼'이라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독으로서 보여주는 행보도 어마어마했죠. 공식적인 자리에서 주어진 대본과는 다른 사심을 표현하게 됐는데 그 표현을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 하트로 받아주셔서 매우 기뻤어요. 제작사에게 '이제 탈출 시나리오를 빨리 보내자'고 그랬는데 그렇게 실행하고 나서 얼마 안 돼 빠르게 답이 와 행복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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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현상이 내려서 물티슈를 꺼내 손을 닦고 핸드크림을 바르잖아요. 또 물티슈로 비둘기가 나올 것처럼 마술을 보여주고요. 반사적으로 특이한 사람인가 싶기도 하지만 전사를 생각하고 참여하다 보니 단순히 어렸을 때부터 했던 가족이 아니라 친했던 형과 동생의 모습이 남아 있을 것 같다고 느껴졌어요. 그 짧은 장면에 보ㅤㅇㅕㅈ는게 대단했어요. 현상이라는 인물이 여유롭고 위치한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쫓는 부분에 있어서는 냉혈하고 잔인한 온도차가 커요. 그게 제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걸 누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상상 하지 못할정도로 완벽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규남은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탈주한다. 뛰고 구르고 싸우면서도 또 달린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온몸을 내던진다. 이제훈 역시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규남을 위해 모든 걸 내던졌다.
"규남이 처한 상황은 먹는 것이 녹록지 않고 설령 먹는 것이 생기더라도 주변 사람을 먼저 챙겨요. 굶주림에 있는 상황이지만 굶주림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것은 자유겠죠. 그 자유에 대한 실행을 옮기는 '2박 3일'을 영화적으로 촬영할 때는 3~4달간의 프로덕션에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에요.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계속해서 한계에 부딪히는 어떤 인간에 대한 모습을 정말 얼굴과 몸 전체로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먹는 거에 대한 절제를 매우 심하게 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제가 쓸 수 있는 어떤 에너지와 움직임만으로 절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단백질 쉐이크를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도 있었다. 탄수화물을 극한으로 줄이니보니 '어지럽다'는 생각을 했고 순간순간 당분을 스스로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먹어야 하는 순간 마저도 고민이 되게끔 '규남'이라는 인물에 완벽하게 몰입했다.
"결과적으로 끝났을 때 규남으로서 할 수 있는 걸 무식하게 했던 것 같은데 영리하게 해볼 수도 있었죠. 근데 또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해야 할 것 같고, 또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기도 해요. 진짜 스스로를 굉장히 굶주려 가면서 그 굶주림이 마른 장작이 될 수도 있고 정말 피골이 상접해 정말 그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날것에 대한 모습을 표현을 하고 싶었기에 더욱더 몰아 붙였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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