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켈레 대통령 만나 범죄 대응 협력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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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에네 등 아르헨티나 언론은 19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사법부가 행정부의 조직범죄 소탕작전에 맞춰 범죄자 엄중처벌에 나서고 있는 점을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3박4일 일정으로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파트리시아 불리치 아르헨티나 치안장관은 이날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예방하고 다국적 범죄 대응에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불리치 장관은 엘살바도르의 초대형 교도소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를 둘러봤다.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부터 약 75㎞ 떨어진 테콜루카에 건설된 테러범수용센터는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교도소다.
총 8개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정원은 4만 명이다. 검거된 갱단 조직원 2000명이 이곳으로 이감되면서 현재 수감자는 1만4000명에 달한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조직범죄 소탕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엘살바도르를 아르헨티나가 롤모델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르헨티나에도 초대형 교도소가 들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치안부 고위 관계자는 "교도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계획이 추진된다면 엘살바도르의 초대형 교도소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지 언론은 "갱단 조직원 8만여 명을 검거한 부켈레 정부의 역할이 부각된 건 당연한 일이지만 엘살바도르의 치안 개선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합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범죄자에게 전례 없는 중형을 선고하고 있는 사법부에 주목했다.
엘살바도르 사법부는 최근 선고공판에서 상인과 택시기사 등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한 갱단 조직원 8명에게 이례적인 중형을 선고했다. 8명 중 1명에게 징역 460년형, 또 다른 조직원에겐 360년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살인, 강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갱단 두목에게 징역 634년을 선고한 적은 있지만 금품 갈취 혐의로 300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8명 중 가장 가벼운 처분을 받은 갱단 조직원은 20년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경찰이 검거해도 관대한 아르헨티나 사법부가 풀어주기 일쑤라 '경찰서 정문은 회전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사법부가 더 강력한 범죄 척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엘살바도르에선 입법부도 법률로 범죄와의 전쟁을 지원했다. 의회는 조직범죄 처벌법을 개정해 갱단 두목에 대한 형량을 최장 60년으로 늘렸고 범죄조직별 재판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개정법에 따라 기소된 갱단 조직원은 각자 재판을 받는 게 아니라 조직별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번에 금품 갈취 혐의로 갱단 조직원 8명이 한꺼번에 법의 심판을 받은 것도 신설된 제도로 인해 가능했다.
이에 엘살바도르는 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 변신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엘살바도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154건,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은 2.4건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고 중남미에선 가장 적었다.
온두라스는 최근 대통령 담화를 통해 조직범죄 척결을 선포하고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도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가 치안 정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 치안이 불안한 남미 각국에선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겠다거나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