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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 개봉하는 '하이재킹'은 지난 1971년 일어났던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납치범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사제 폭탄이 기내에서 폭발하고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 불시착하는 와중에도 55명의 승객 전원이 기적처럼 살아남은 이 실화는 2년 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다뤄지기도 해 비교적 익숙한 편이다.
그냥 실화도 아닌, 이렇듯 꽤 많이 알려진 실화의 영화화는 상당히 어렵다. 실제와 허구를 영리하게 오가면서 관객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결말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높은 수준의 연출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실화가 지닌 '진짜의 힘'에 반해 함부로 덤벼들었다가는 패착을 면하기 어렵다.
아쉽게도 '하이재킹'은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 목적지를 향해 나름 뚝심있게 날아가지만, '만들어진 감동'에 대한 유혹을 종종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1시간 40분이란 러닝타임은 급박하게 진행되는 비행기안 납치극을 리얼타임으로 담아내는데 적당한 분량이다.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재난극일수록 시도할 수 있는 극적 장치가 부족하고 카메라 앵글이 제한돼 있는 탓에 상영 시간이 길어지면 어렵게 다진 서스펜스가 자칫 무너지기 쉬운데, 다행히 '하이재킹'은 이야기 흐름의 속도감을 놓지 않는다.
문제는 신파성 진한 인물 묘사가 극 곳곳에 가미됐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이 장편 데뷔작인 김성한 감독은 "최대한 담백하게 그리려 애썼다"고 밝혔지만, '용대'의 가슴아픈 전사(前史)를 꽤 길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비행기 납치에 필요 이상의 당위성을 부여한다. 또 기내 승격들의 면면을 스케치하는 시선 역시 세련되지 못하다. 차라리 더 건조하고 더 사실적으로 접근했다면 극적 효과는 오히려 배가됐을 것이다.
전작 '더 테러 라이브'와 '터널'이 그랬듯 '하정우가 죽도록 고생하는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다'는 속설은 이번에도 어느 만큼 유효할 듯 싶다. 다만 '하정우의 비행기'가 아닌 '비행기의 하정우'가 좋았을 법했다. 톱스타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흥행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겠지만, '하이재킹'은 원맨쇼보다 팀 플레이가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