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충격 속 내홍… 좌파도 연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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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자기 당 후보들에게 마린 르펜의 RN과 동맹을 촉구했다고 로이터·AP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에 참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지면서 프랑스 정가는 합종연횡의 격랑에 휩싸였다. 총선에서 RN이 승리할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선 최초로 극우정당이 제 1당이 된다.
에리크 시오티 대표는 TF1 TV에 나와 "이것(RN과의 연대)이 대다수 유권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극우정당이 권력 중심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아온 프랑스 주류정당들의 수십년에 걸친 합의를 깨트린 것이다. 공화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단 6석을 얻어 5위에 머물렀다.
시오티의 움직임은 또 찰스 드골과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배출한 주류정당인 공화당을 와해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공화당 소속 제라르 라셰 상원 의장은 RN과의 연대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오티 대표의 사임을 촉구했다. 공화당 고위 인사인 그자비에 벨트랑은 시오티 대표를 향해 "극우와 협력을 선택한 것은 배신"이라고 비난하며 당의 제명을 요구했다.
필립 고슬린 공화당 의원은 "지방에서든, 개인적으로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극우정당과 연대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 원로들은 시오티가 고립됐다고 말했지만, 그가 당을 장악하고 있어 주말까지 당 조직 외부에서 후보를 내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좌파 진영도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손을 잡고 있지만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LFI, 공산당, 사회당, 녹색당 등 좌파 대표 4개 정당은 지난 10일 '인민 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뒤 선거구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나온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88석을 갖고 있는 RN이 조기총선에서 235~265석을 차지해 1당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과반에는 미달한다. 이에 따라 RN도 의회를 지배하기 위해 연대를 모색해야 하는 입장이다. 같은 조사에서 40~5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 공화당과 연대할 경우 과반을 넘기게 된다. RN은 "프랑스 우선" 보호주의 경제정책과 이민 반대를 내세우고 있다. 또 공공지출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재정적자가 이미 심각한 프랑스 정부의 우려를 낳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보도된 피가로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조기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통령 자리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결과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이 동거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조기총선의 1차 투표는 이달 30일, 2차 투표는 다음 달 7일 실시된다. 공식 선거 운동은 오는 17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