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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라켓줄처럼 촘촘히 엮인 ‘테니스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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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4. 24. 13:43

영화 '챌린저스'
로맨스-스포츠 오가며 박진감
'듄' 젠데이아 차가운 연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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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둘러싼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새 영화 '챌린저스'가 24일 개봉했다./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4일 개봉한 '챌린저스'는 스포츠와 삼각 멜로를 테니스 라켓의 스트링처럼 촘촘히 엮고, 남성들의 우정 어쩌면 사랑을 양념으로 감칠맛나게 얹은 작품이다.

테니스 유망주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패트릭(조쉬 오코너)은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은밀한 성적 경험까지 스스럼없이 함께하는 '찐친' 사이다. 어느 날 이들 앞에 초고교급 실력과 도발적인 매력으로 이미 톱스타 급의 인기를 누리는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가 나타난다. 패트릭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아트는 소극적인 가운데, 타시는 이들의 우정을 시험하며 누구에게도 선뜻 마음을 주지 않는다.

이후 타시는 대학 진학 대신 프로로 전향한 패트릭과 교제하지만, 공교롭게도 패트릭과 다툰 직후 출전한 경기에서 무릎을 다친다. 결국 프로의 꿈을 접고 스탠퍼드대를 함께 다닌 아트의 코치이자 아내로 변신한 타시, 아내의 냉철한 지도와 매니지먼트로 아트는 승승장구하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앞두고 연패 수렁에 빠진다. 타시는 슬럼프 탈출을 목표로 아트를 챌린저급 대회에 출전시키는데, 하필이면 그 대회에 이제는 삼류로 전락한 패트릭도 나선다.

영화는 밝고 투명한 청춘 로맨스물과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드라마, 끈적끈적한 심리극을 종횡무진 오간다. 이 과정에서 각 시퀀스를 잇는 이음새는 자칫 헐거워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매끈하게 맞아떨어진다. 사건의 인과 관계를 수시로 역행하는 극의 흐름이 더해진 덕분인데, 팽팽한 긴장감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장치로도 훌륭하게 활용된다.
세 명의 출연진은 개성 가득한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면서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수위로 '연기 화음'을 합작한다. 이 중 '스파이더맨'과 '듄' 시리즈로 익숙한 젠데이야의 '차가운 열연'은 특히 인상적이다. 제작자까지 겸한 그는 사랑보다 성공이 우선인 테니스 천재의 자신만만한 모습부터 남편의 재기를 적극적으로 거들지만 옛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야심가 아내의 복잡다난한 내면까지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국내 관객들에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이름을 처음 알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친절한 설명 대신, 예상하지 못한 순간의 인물 클로즈업과 주변 스케치로 캐릭터의 심리 묘사를 극대화한다. 또 아트와 패트릭의 관계를 우정인지 사랑인지 애매모호하게 그리는 방법으로 퀴어물의 느낌도 살짝 가미한다.

참고로 등장인물들의 테니스 코트 안팎의 패션이 눈에 쏙 들어온다면, 그건 의상 디자인을 맡은 조나단 앤더슨의 공이다. 앤더슨은 JW 앤더슨의 창립자이자, 유명 패션 브랜드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15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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