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경력의 풍수사 김상덕 역
튀지않고 연출자色 맞추려 노력
다음엔 멜로물 도전하고파
못해본 장르 놓치면 아쉬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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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민식은 데뷔 35년차 베테랑이지만 영화 '파묘'를 통해 처음으로 오컬트 장르를 접했다. '파묘'는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물이다. '사바하' '검은 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40년 경력의 풍수사 김상덕 역을 맡은 최민식은 '땅의 트라우마를 치유한다'는 감독의 말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신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종교는 뗄 수 없는 관계에요. 종교가 없는 사람도 힘들 때 신을 찾죠. 관객들에 철학적 사유를 갖게 하면서 영화적 재미까지 선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장 감독은 기독교 집사인데도 토속신앙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고민을 했어요. 이런 부분들이 오히려 영화감독으로서 신뢰를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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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은 경쟁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벽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건축을 할 때 어떤 벽돌이 두드러지면 안돼잖아요. 그렇게 연출자의 색깔에 맞춰야요. 이런 가운데 누가 더 돋보이는가는 정교한 연출에서 나오는 것이에요. 전체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 에서 연기를 했어요. 이런 부분이 완벽한 호흡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김고은 배우는 '파묘' 팀의 손흥민이었고 이도현은 김민재였어요. 저는 벤치에서 게토레이를 입에 넣어주는 사람이라고 할까. 특히 김고은 배우가 인상적이었어요. 여배우가 무속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몰입하는 걸 보며 선배 입장에서는 기특하고 대견했죠. 대담하게 자신을 열어놓고 도전하는 모습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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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섰을 때 작품 속 인물이 돼 있어야 해요. 이게 배우의 가장 외로운 순간이죠. 감독이 디렉션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배우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에요. 절벽에 떠밀려 서 있는 느낌이랄까. 얼마 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어요. 신구, 박근형 선생님도 계속 연기를 하고 계시는데 제가 뭐라고 연기 경력을 세고 있나요. 그러다보면 자꾸 뒤로 주저앉으려고 해요.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작업이 많아요. '그건 하면 안 된다' '내가 왕년에 이랬지'하면서 노인네 흉내를 내고 싶지 않아요. 그건 창작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에요. 음악, 미술, 연기 등 예술분야 대부분의 거장들은 각자 분야에 미쳐있어요.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예술가로서 존경받으려면 몸이 말을 안들어도 미쳐있어야 해요."
'욕심 많은' 최민식은 앞으로도 하고 싶은 작품이 많다고 했다. 그건 인간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라고 했다. 기회가 되면 '멜로'에 꼭 도전하고 싶단다.
"멜로를 아직 못해봤어요.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어요. 저의 인생이나 제가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은 한정적이잖아요. 그러니 아직 만져보지 못한 세상이 참 많다고 생각해요. 이걸 다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면 얼마나 아쉬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