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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총선을 2024년 4월로 2년 앞당기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으로서 대다수 국민의 열망과 걱정에 귀 기울이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까지 부통령이었던 볼루아테르 대통령은 지난 7일 의회 결정으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대통령직으로 승격됐다. 그는 전 대통령의 잔여임기인 2026년 7월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조기 대선·총선을 요구하는 항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이날 탄핵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수도 리마 외곽도시 등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대해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 지역에서 질서를 회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페루 의회는 '정치적 무능'을 사유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취임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취임 약 16개월 만에 탄핵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는 취임 당시 '부패 없는 나라'를 내세웠지만 부패와 직권남용 의혹에 휩싸이며 검찰 수사 대상에도 올랐다.
이에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리마와 전국 각지에서 탄핵에 항의하고 새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로를 봉쇄하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는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현재까지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선거 실시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시위는 계속됐다. 중남부 안다우알라스 거리에는 이날도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새 정부와 의회를 규탄했다. 이들은 의회가 농민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불공평함을 호소했다. 외딴 시골마을인 안다우알라스는 엘리트가 아닌 '시골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카스티요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날 구금 중인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자필편지를 통해 자신이 여전히 페루의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그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권력 찬탈자'라고 지칭하며 아직 대통령은 자신이기 때문에 조기 선거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부패와 파편화가 극심한 페루에서는 지난 6년간 대통령이 여섯 차례 바뀌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에는 닷새 동안 세 명의 대통령을 맞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