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 대선에서 승리한 페트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보고타의 볼리바르 광장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그는 취임 후 첫 연설에서 "콜롬비아는 가난과 폭력에 맞서기 위한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오랜 불평등을 종식시키기 위한 경제 정책을 시행해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콜롬비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장단체들과 평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강경한 마약 정책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과의 전쟁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국제적 회담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평화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마약을 소비하는 선진국들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 60년의 폭력과 무장 충돌은 끝나야 한다"며 "생명의 정부, 평화의 정부로 기억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 6월 대선 결선에서 기업인 출신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를 약 2%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페트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환경·인권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첫 흑인 여성 부통령에 올랐다.
콜롬비아에서 좌파 정치인이 정권을 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콜롬비아 유권자들은 역사적으로 범죄와 게릴라에 온건적인 입장을 취하는 좌파 정치인들을 지지하기 꺼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우파 정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경제난, 부패 등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새로운 바람'을 선택했다. 콜롬비아는 끊이지 않는 유혈사태와 마약 범죄, 40%에 육박하는 빈곤율, 연 10%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에 허덕이고 있다.
젊은 시절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서 활동했던 페트로 대통령은 2016년 콜롬비아 정부와 옛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체결한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최후의 반군으로 불리는 민족해방군(ELN)과도 평화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거운동 기간 동안 환경운동가들과 동맹을 맺은 페트로 대통령은 삼림 벌채를 제한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콜롬비아를 '생명 강대국'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웃나라 베네수엘라에 대한 자세도 이전 정부와 큰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이전 우파 정권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양국의 관계가 악화됐다. 하지만 페트로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고 국경지대 반군 충돌과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문제를 두고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콜롬비아에서 첫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남미의 '핑크타이드(좌파 물결)'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2018년 이후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 중남미 주요 국가에서 속속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누르고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