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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통신은 25일(현지시간) 실시된 튀니지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찬성표 비율이 92∼93%에 달한다고 튀니지 여론조사 기관인 시그마 콘세일 연구소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새 공화국 헌법'으로 불리는 개헌안이 최종 가결되면 튀지니 대통령은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AFP에 따르면 새 헌법은 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 임명권, 의회 해산권, 판사 임명권은 물론 군 통수권까지 부여하며,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는 의회 신임 투표도 받지 않는다. 또 임기 5년에 1차례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은 '임박한 위험'을 이유로 임기를 임의로 연장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야권에서는 개헌을 통해 막강해진 대통령의 권한이 독재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제법학자회 튀니지 사무소의 바나르비아 소장은 "새 헌법은 거의 모든 권한을 대통령에게 집중시켰다. 누구도 대통령을 통제할 수 없다"며 "독재자 벤 알리 스타일의 법 위반행위로부터 튀니지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로 독재자인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중동·북아프리카 아랍권에서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심각한 경제난과 극심한 정치적 갈등은 여전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국민의 불만은 계속 쌓여왔다.
이날 출구조사를 실시한 시그마 콘세일 연구소의 하센 자르구니 소장은 "찬성표는 대부분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은 중산층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개헌을 주도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지지자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은 이 나라의 정화를 원한다"고 외치며 환호했다.
다만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낮은 투표율은 튀니지 정국을 불안케 할 요소가 될 공산이 크다. 이날 튀니지 독립고등선거청(ISIE)이 잠정 집계한 투표율은 27.5%로 역대 선거 중 최저 수준이었다.
'아랍의 봄' 정신을 담은 2014년 헌법을 완전히 뒤엎는 대통령의 개헌 추진을 반대해온 정치권은 사상 최저 투표율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에 의해 해산된 의회의 제1당이었던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는 "사이에드 대통령은 쿠데타에 대한 지지율 확보전에서 참패했다.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하며 정치투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