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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평화협정 체결 전망과 평가...푸틴·젤렌스키 정치적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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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2. 03. 30. 08:54

러-우크라 평화협정 "진전"
바이든 "푸틴 행동 봐야"...미 국방부 대변인 "철수 아닌 재배치"
블링컨 미 국무 "러, 우크라 동부·남부 예속 노력"
푸틴, 전쟁 패배...젤렌스키, 큰 양보 비판 직면 가능성
TURKEY-RUSSIA-UKRAINE-PEACE TALKS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제5차 평화협상에 앞서 양국 대표단 앞에서 연설을 ㅏ고 있다./사진=신화=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양측이 밝혔고, 러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북부 체르니히우에서의 군사 활동을 크게 축소한다고 했지만 미국 등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의 실제 상황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장악해 우크라이나를 영구 분단하려는 것으로 전술을 수정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Russia Ukraine Turkey War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오른쪽)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우크라 협상단, 우크라 중립·외국 군사기지·군대 주둔 불용·크림반도 및 돈바스 지역 문제 논의....제3국 안전보장 보증 제안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협상과 관련,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상황에 관해 향후 15년간 협의하고,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하고 독립 공화국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문제에 관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 협상단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인 안전보장에 관해서도 논의했다고 포돌랴크 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우크라이나의 중립과 외국 군사기지 또는 군대 주둔을 허용하지 않는 약속의 대가로 이스라엘·터키·프랑스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보증할 것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Russian-Ukrainian talks in Istanbul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오른쪽)과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타스=연합뉴스
◇ 러 협상단 “협상 건설적·갈등 완화 조처”....푸틴-젤렌스키 평화협정 조인 후 대면 회담 가능성 시사

러시아 측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회담 뒤 별도 회견에서 협상이 건설적이며 러시아가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협정이 조인되면 직접 만날 수 있다고 시사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WP는 분석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측의 제안과 관련,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적이고 비(非)동맹적인 지위와 비핵보유국 지위 추구를 확인하는 문서로 된 제안을 받았다”며 “이 제안에는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대량살상무기(WMD) 생산 및 배치 거부와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사기지와 외국 군대 배치 금지 등도 포함돼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영토에서 (안보) 보증국들의 동의 없이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안은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재탈환 노력 배제와 돈바스 지역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안전보장 대상 지역 포함 제외,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포기 시사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고 메딘스키 보좌관은 전했다.

Biden US Singapor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러 국방차관 “키이우·체르니히우 지역 군사 활동 즉각 대폭 감소...러·우크라 상호 신뢰 고양·추가 협상 여건 조성 목적”

이날 협상에 참여한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며 “이는 즉각 실시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는 우크라이나와의 회담 이후 “상호 신뢰를 높이고, 추가 협상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주변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이날 두명의 미 행정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양국 대표단이 조만간 다시 만나 평화협정 초안을 마련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이를 최종 조율하고,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을 갖고, 협정 조인식에 참석하는 순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봉합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US Morocco Blinken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이 29일(현지시간) 모로코 나바트에서 나세르 부리타 모로코 외무장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바이든 “푸틴 행동 봐야”...블링컨 미 국무 “러시아 방향 전환 아냐”...미 국방부 대변인 “철수 아닌 재배치”

하지만 미국 등 서방측은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속임수일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들의 행동이 무엇인지를 볼 때까지 어떤 것도 예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우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푸틴과 그의 정권을 판단할 것”이라며 러시아군의 완전한 철수를 요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모로코 나바트에서 한 나세르 부리타 모로코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한 뒤 “러시아가 말하는 것과 하는 것이 있다”며 “우리는 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러시아가 하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에 대한 계속되는 잔학 행위이며 이는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적은 수의 러시아군이 키이우(키예프)에서 이동했다고 확인하면서도 “이는 실제 철수가 아니라 재배치라고 본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 대규모 공격을 지켜볼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키이우에 대한 위협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구도 크렘린궁의 발표에 속아서 우리를 바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퇴각한 군대는 일부에 불과하고, 여전히 러시아는 키이우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Pentagon Kirby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블링컨 “러, 우크라 동부·남부 예속 노력”...미 국방부 대변인 “우크라 동부 우선시”...영 총리 대변인 “러, 불가피한 결정”

아울러 미국과 전문가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 침략 전쟁의 당초 목적 달성에 실패하자 우크라이나 동부·남부 영구 지배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분석한다.

블링컨 장관은 “만약 그들이 ‘오직’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을 예속시키려는 노력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들은 다시 한번 스스로를 완전히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마리우폴 등 남부 지역을 점령해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군이 북한을 점령해 한반도를 분단국으로 만든 것처럼 우크라이나를 분할 점령하려고 시도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커비 대변인은 “최근까지 우리는 그들의 계획이 세가지 공격 노선에 따라 접근해 우크라이나를 점령해 병합하는 것이라고 여전히 평가했다”며 “이제 우리는 그들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 대변인도 러시아의 결정이 평화에 대한 열망이 아니라 불가피하게 취해진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 연구 전문가인 로렌스 프리드먼 런던 킹스칼리지 명예교수는 “단계적 축소(de-escalation)는 퇴각의 완곡어”라며 “전쟁이 매우 실증적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돈바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계략이 아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제국 부활 좌절 푸틴, 당초 목표 대부분 달성하고도 전쟁 실질적 패배 목소리...젠렌스키, 전쟁 이기고도 푸틴에 대부분 양보 비판 직면 가능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여론도 평화협정 체결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양보로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정권 수립을 제외하면 침략 전쟁의 당초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 하지만 서방의 가혹한 경제제재는 평화협정 체결 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 내에서 실질적으로 패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구소련·제정 러시아 시대의 제국을 부활하려는 푸틴의 야망이 평화협정 체결을 막을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에서는 사실상 승리하고도 전쟁 발발 전 거부했던 푸틴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함으로써 정치적으로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평화협정에 대한 국민투표와 의회 논의 과정이나 체결 후 비판 목소리가 강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으로 빼앗긴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직접 지배 또는 친러 괴뢰정권의 지배를 사실상 인정, ‘분단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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