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부패는 일부 줄어 '40년만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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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 뒤 폭력·유혈 사태가 다소 줄어든 점에서는 시민들의 생활이 안전해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탈레반군이 거리를 순찰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아프간 젊은 남성들은 일부 서양식 옷을 입을 수 있고 여성들도 1990년대와는 달리 일부 취업이 허용되는 등 나름의 안정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 운동을 강경 진압하고 있지만 현재 초등학교만 허용되는 여성 교육을 3월 말부터 중·고등학교도 허용할 것이라고 일단 밝히기도 했다. 지난주 외신기자 두 명을 구금하는 등 언론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반면 경제는 속절없이 무너져 가고 있다. 좀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떠나기 바쁜 현실을 보면 미래가 밝지는 않아 보인다. 탈레반이 집권한 뒤 90억달러에 달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해외 자산이 동결됐고, 공공부문 예산의 75%를 차지하는 해외 원조가 끊겼다. 물가는 폭등하고 실업자도 폭증했다. 탈레반이 주간 출금 한도를 200달러로 제한해 은행에서 며칠간 줄을 서야 돈을 찾을 수 있는 기이한 광경도 볼 수 있다고 AP는 전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외부세력 개입에 대한 반감으로 생긴 탈레반 중심의 결집력도 일부 감지된다. AP에 따르면 지난 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아프간 자산을 동결하기로 한 데 대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3000명의 시민이 반대 시위에 나서 바이든을 ‘도둑’이라고 비난했다. 탈레반 집권 후 부패도 일정 부분 줄어들어 최근 영업을 재개한 전국의 여권 사무소의 경우 수익이 늘어나는 등 공포 정치가 예외적으로 긍정적 효과도 있는 것을 전해졌다.
국제위기감시기구 아시아 프로그램의 고문인 그램 스미스는 AP에 “경제적 압박은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지 못할 것”이라며 아프간에 대한 제재는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이 재집권한 6개월은 아마도 지난 40년간 아프간인들이 누린 가장 평화로운 6개월일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