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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AP통신·CNN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국립재난관리본부는 이날 바치라이로 인해 약 4만5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인도양에서 세력을 키운 바치라이는 전날 오후 8시께 최대 시속 235km의 돌풍과 함께 마다가스카르 동쪽을 강타했다. 이는 4등급 대서양 허리케인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바치라이는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530km가량 떨어진 동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 마난자리에 상륙해 광범위한 피해를 남겼다. 돌풍으로 나무와 전신주가 뽑히면서 이틀째 전력과 수도 공급이 끊겼으며 홍수와 산사태로 가옥이 붕괴되고 도로가 마비됐다. 대피소로 사용될 학교와 교회들 일부도 지붕이 떨어져 나갔다.
바치라이로 집을 잃은 한 주민은 AP에 “잔해가 덮칠 우려가 있어 밤새 잠도 자지 못하고 책상과 침대 밑에 숨어있었다”며 “거의 모든 집이 무너지고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 지금까지 경험한 사이클론 중 가장 강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식량을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사이클론이 덮치기 전 쌀을 비축해둔 주민들이 다른 주민들에게 식량을 팔고 있는 상황이다. 마난자리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해안마을 노시 바리카도 가옥 95%가 “폭격을 당한 것처럼” 파괴됐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국립재난관리본부는 “섬의 거의 모든 지역 주민들이 위험에 처했다”며 섬 전체 인구 2800만명 중 60만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사태와 홍수로 대피한 사람의 수도 15만명이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 20년간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삼림 벌채가 급속하게 진행돼 이전보다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바치라이로 인해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되면서 마다가스카르 대부분의 육상 및 해상 운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 바치라이는 내륙으로 들어서면서 평균 시속 80km 수준으로 약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바치라이가 남쪽 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아프리카 대륙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다가스카르는 불과 2주 전에도 열대성 사이클론 ‘아나’가 내륙을 덮쳐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만 약 60명이 숨지고 전국에서 최소 13만1000명이 피해를 봤다. 인근 말라위,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 동남 아프리가 국가들에서도 수십 명이 사망했다.
마다가스카르는 12월부터 2월까지 우기에 접어든다. 안타나나리보의 경우 연간 강수량의 90%가 이 3달에 집중돼있다. 이 시기 사이클론 발생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지만 4등급 이상의 위력을 가진 강력한 사이클론의 발생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국립해양대기국에 따르면 기록을 시작한 1911년부터 마다가스카르에는 4등급 이상의 사이클론이 12차례 상륙했는데, 이 가운데 8차례가 2000년 이후 발생한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 열대성 사이클론 강도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야기되는 빈번한 자연재해가 아프리카 등 열악한 지역의 기근과 식량 불안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