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현지시간) 중동 매체 ‘더 뉴 아랍’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의 시에드 나시르 후사인 샤 정보부 장관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의 휴대전화 심(SIM) 카드가 곧 막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정부는 백신 접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해당 지침이 언제부터 어떻게 발효될 것인지 등 상세한 사항은 즉시 공개되지 않았다.
신드주는 오는 7월부터 백신 미접종 공무원의 월급 삭감 방안을 재무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신드주뿐 아니라 앞서 펀자브주도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 정지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두 주 인구를 합치면 파키스탄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대도시를 필두로 저조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려 보겠다는 것이 파키스탄 정부의 복안이다.
파키스탄은 과거부터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유독 높은 나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은 아프카니스탄과 함께 소아마비 발병률이 가장 높다. 많은 파키스탄 국민들 사이에서는 소아마비 백신 접종이 ‘미국의 음모’이며 불임을 유발한다는 믿음이 퍼져 있다.
이번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개인 연락망을 매개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미신이 파키스탄 내에서 번지고 있다. 한 트럭운전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2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우리 가족 모두가 백신을 맞길 원치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보다 못한 주 정부가 강력한 백신 접종 유도책을 꺼내 들자 가짜 백신접종증명서까지 등장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신드주 카라치 경찰 당국은 12달러에 가짜 접종증명서를 판매한 이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연말까지 4500만~6500만명에게 백신 접종을 마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11억달러(약 1조2413억원)를 백신 확보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파키스탄에서 2차 접종까지 마친 이들은 약 300만명(1.4%)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예전부터 백신에 대한 미신 불식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 세계가 백신 접종 후 정상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발맞추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백신 교육 내용을 담은 영상물을 선보이고 지난 14일 주요 언론에 백신 접종 촉구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