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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수달 홍보 필요한 반도체공장?…삼성·SK하이닉스의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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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0. 08. 07. 06:00

수달의 홍보효과 커…삼성에 이어 SK하이닉스도
공장 건설과정에서 '님비' 문제 해결할 필요 있어
황의중 기자의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수달’이다. 뜬금없이 웬 수달이냐고 생각하겠지만, 한 대에 1000억원이 넘는 네덜란드 ASML사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만큼 반도체 공장 옆 하천에 사는 수달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선 공장을 지으려면 지역주민 설득에 많은 공을 쏟아야 한다. 연구기관의 과학적인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반대론자들이 목소리를 키우면 공장 증설에는 하세월이 흐른다. 기업 경영자들은 한결같이 자금과 부지가 있어도 공장을 짓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반도체처럼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의 경우 주민들의 반대가 조금만 거세지면 규제 담당 공무원들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체에 해결을 떠넘겨버리는 경향이 심하다.

그런데 하수가 방류되는 하천에 수달이 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급수에 사는 천연기념물이란 특성상 기업들이 주민들을 설득하기 쉽다. 최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가 잇따라 반도체 공장 인근 하천에 수달이 산다는 영상을 올려 홍보 중이다. 두 회사 모두 홍보가 절실하다. SK하이닉스는 용인 공장 증설 과정에서 하수처리 문제로 지역사회와 협의 중이고,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 추가 건설에 나설 경우 용수공급과 하수처리 문제를 두고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해외로 산업시설이 나가는 걸 정말로 우려한다면 이런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시설투자 지연은 회사의 존폐와 연결된 문제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명운은 반도체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939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반도체 공장 하나 짓기가 어렵다. 추격자인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화에 성공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달 관련 영상은 재밋거리가 아니다. 산업경쟁의 기로 속에 서 있는 대한민국 기업의 절박한 호소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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