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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소말리아 북부의 항구도시 보사소의 법원 앞에서 발생한 차량폭탄테러의 배후에 카타르가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카타르 국왕과 가까운 한 기업가가 소말리아 주재 카타르 대사와 나눈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를 근거로 한 무장세력이 UAE를 몰아내고 카타르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보사소 폭탄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고 전했다. 기업가 칼리파 카예드 알-무하나디는 폭탄테러 발생 일주일 뒤인 4월 18일 대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폭탄테러와 살해, 배후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서 “UAE가 소말리아에서 달아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알-무하나디는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국왕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다만 카타르 당국은 NYT의 보도가 나온 이후 이를 강력 부인했다.
지난 2월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어민으로 위장한 총격범 2명이 소말리아의 항만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UAE 기업 관리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것. 이 사건으로 해당 기업 직원 3명도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UAE와 적대 관계인 무장단체 ‘알 샤바브’가 배후를 자처했는데 “UAE기업이 보사소 항구를 ‘점령’했기 때문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사건은 부유한 중동의 걸프만 군주국들이 ‘아프리카의 뿔’을 놓고 벌이는 권력다툼이 표출된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리카의 뿔이란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 뿔처럼 튀어나와 있는 소말리아·에티오피아 등 10개국을 일컫는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도 가장 뾰족한 모서리 부분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지난 2년간 UAE와 카타르의 중심 전장(戰場)으로 부상했다. UAE와 카타르 양국은 자신들과 손잡은 파벌들에게 무기와 군사 훈련을 제공하고, 상대국이 현지 관리들에게 뇌물을 쓴다며 비방하거나, 경쟁적으로 항만 관리권이나 천연자원 이용 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직 아프리카 지역 담당 미국 외교관 출신인 자크 버틴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소말리아는 걸프국들 간의 경쟁으로 야기된 잠재적 불안정성의 가장 생생한 예시”라면서 “걸프국들이 ‘땅에 깃발 꽂기, 경쟁자보다 먼저 영토를 차지하고 걸어잠그자는 식’으로 아프리카의 뿔 지역 국가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말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같은 경쟁은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아랍 중동 국가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反)정부 시위 ‘아랍의 봄’ 봉기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냉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랍의 봄 당시 카타르와 터키는 이를 지지했으며, 반면 UAE와 사우디는 봉기에 반대하며 카타르가 반정부 무장세력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는 결국 2017년 UAE·사우디·이집트 등은 카타르와의 상업 및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단교사태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